(지난주에 이어서...) 주인님은 나를 불러들이고는 더 일찍 불러들이지 않은 자신을 질책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잘 생각하셨어여~~이제부턴 내가 몰아 줄께여. 저 넘은 완전 독안에 든 쥐라구여~~’ 나는 기꺼이 주인님과 팀이 되었고 즉시 상황을 장악하였습니다. 솔직히 가슴이 우째 그리 쿵쾅대던지... 고백컨대 나는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주인님과 쥐사냥을 하게 될 줄이야... 야호~~ 먼 먼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사냥유전자가 나를 자극하자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몰이에 들어갔습니다. 소파 밑에 앞발을 밀어 넣어 쥐를 몰아내고 냉장고 틈새에 주둥이를 구겨 넣어 으르렁대며 쥐를 몰았는데, 내가 잇몸까지 드러낸 채 으르렁대고 압박하자 쥐는 겁에 질려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해 보였습니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여 쥐를 생포해도 될 정도로 몰아붙였습니다. 내가 몰아준 쥐를 주인님이 움켜잡던지 아니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밟아만 주면 끝. 그런데 상황은 요상하게 흘러갔습니다. 납득하기 힘들겠지만 주인님이 자기 코앞에 오는 쥐를 잡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뭐지? 이렇게 완벽하게 어시스트 해주는데 왜 골을 넣지 않는 거지? 단순히 문전처리 미숙인가? 아님 시간을 끌며 이 유리한 상황을 좀 더 즐기려는 건가?’ 만일 후자라면 이건 쥐에게는 좀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한번은 소파 밑에 있는 쥐를 쫓아 주인님 코앞에까지 몰았거든요. 완전 짱 찬스를 내가 만들어 주었다는 겁니다. 걍 발만 툭 갖다 대면 골. 그리고 골 세리머니만 하면 끝. 그런데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인님은 쥐를 생포하는 대신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며 쥐와 나를 걍 통과시켜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쥐는 이층 방으로 도망가 버리고, 황당해서 설명하기 쫌 힘든 얘기입니다만 쥐 앞에서 공중부양 하던 주인님의 얼굴에서 내가 본 것은 세상에~~ 거짓말 같네요. 그건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가엾은 주인님은 그 조그만 쥐를 무서워하고 있었던 겁니다. 쥐보다 백배 큰 나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잊혀지지기 않네요. 주인님의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은 쥐가 나를 무서워하는 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혹 주인님이 쥐보다 덩치가 백배나 큰 나도 무서워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주인님 어깨에 앞발을 걸치며 이빨을 살짝 드러내고 은근히 으르렁거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제기랄 입 냄새 난다고 머리만 쥐어박네요. 후반전은 이층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침대에서 옷장으로 옷장에서 다시 침대로 몰이를 하는 동안 겁쟁이 주인님은 침대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소리만 빽빽 지르는 한심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주인니~임~~ 내가 쥐를 코앞에까지 몰아주면 막대기로 탁 때려버리지 왜 소리만 빽빽 지르구 난리여유? 도대체 쥐를 왜 무서워 하세유? 저건 괴물이 아니라 그냥 쥐라구요 쥐’ 아마 내가 쥐를 몰아붙인 게 한 시간 이상 된 거 같네요. 주인님을 격려하며 개발에 땀이 나도록 몰아주었건만 상황의 진척이 없자 주인님은 갑자기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내가 잘못해서 쥐를 못 잡는 것처럼 말입니다. 뭐 바보코시? 차암 내~~ 어이가 없네요. 주인님은 나를 바보코시라고 핀잔을 주었고 나는 우수한 혈통을 가진 사냥개가 결코 받아서는 안 될 모욕을 당한 채 퇴장 당했습니다. 이번에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 꼬리에 힘 좀 주려고 했는데 개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건만 바보가 되고 말았네요. 내가 코앞에까지 몰아준 쥐도 못 잡으면서 혼자서 쥐를 잡았을 리는 만무하니 아마 그 쥐는 무사히 밖으로 도망갔겠지요. 그래서 나는 오늘 일부러 밥그릇에 밥을 남겨둔 채 그 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한쪽 눈을 깨꼼이 뜨고 자고 있는데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얄미운 그 넘은 아직 나타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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