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쥐는 이 시나리오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냥꾼보다 몰이꾼을 더 만만하게 본 쥐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깜짝 놀라 펄쩍 뛰는 내 다리 사이로 쥐가 먼저, 코시가 이어서 휙휙 지나갔는데 마치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꾀 많은 제리는 계단을 타고 이층 아이들 침실로 달아나고 톰이 신바람을 내며 바짝 뒤쫓아 따라가는데, 나도 화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후다닥 이층으로 쿵쾅쿵쾅 올라갔더니 맙소사~ 쥐가 잠자는 아이들 침대를 밟고 창문 커튼 뒤에서 어른거리는 게 보이네요. 아이들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그래! 독안에 든 쥐는 아니지만 이제 방 안에 든 쥐다 싶어 아이들을 조용히 깨워 내보내고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방안에 있는 은폐물은 침대 두개, 옷장 하나뿐. 침대를 하나 세워서 공간을 확보하고 다시 코시와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쥐가 뛰어 다니는 바닥을 맨발로 서 있으려니 발바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 침대위에서 대나무 막대기를 휘두르고 톰은 옷장에서 침대로 침대에서 다시 옷장으로 오가며 제리를 쫓아다니는데, 아마 한 시간 이상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완전히 땀에 젖은 채 헐떡거리다가 코시가 상황을 즐기고 있을 뿐 쥐를 잡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날이 샐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기쁨에 겨워 괴성을 지르며 쥐를 쫓아다니는 저 멍청한 녀석이 고양이가 아니라 개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내가 한심해졌습니다. 문밖에서도 아이들이 잠을 못자고 쥐가 튀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나름대로 계단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모양인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코시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서서 용감하게 막대기를 찌르고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을 빨리 종료하고 내일 학교 가는 아이들을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장의 무거운 책무가 어깨를 누르자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톰과 제리는 끝났습니다. 아침에 아내가 미키마우스가 얼마나 큰 넘 이었는지 묻길래 아주 작고 귀여운 녀석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해주었답니다. 순전히 나의 희망사항이었지만요.멍청한 개 코시버전 1어제 밤에 있었던 일인데요, 베란다 유리문으로 보니 주인님이 글쎄 진공청소기를 들고 거실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호기심이 발동했지요. ‘뭐지? 춤추나? 강남스타일인가?’ 유리문에 바짝 붙어 두발로 서서 유심히 보니 와우~ 주인님이 쥐를 쫓고 있네요.& ‘재밌겠다. 아니... 도대체 쥐가 어떻게 집안으로 들어간 거야?’ 얼핏 보니 안면이 있는 넘이었습니다. 저 넘은 요즘 내 밥을 훔쳐 먹는 그 넘. 그래 너 딱 걸렸어.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꼬리를 빙빙 돌리고 소리 지르며 응원했습니다. “왕왕(잡아라)~~왕왕(잡아라)~~으릉으릉(차차차)~~”그런데 주인님은 왜 진공청소기를 들고 쥐를 쫓지? 진공청소기로 쥐를 빨아들일 수도 있는 건가? 하여튼 주인님은 진공청소기로 냉장고를 쾅쾅 두드리다 쥐가 소파 밑으로 달아나면 소파 아래로 팍팍 찔러대기를 반복하고 있었지요. “그러지 말고 나를 불러요.~~ 내가 몰아줄께요.~~ 왕왕~~” 얄미운 쥐가 냉장고 밑에서 소파 밑으로, 소파 밑에서 다시 냉장고 밑으로 끝없이 왔다 갔다 하고, 주인님의 진공청소기가 수 천 번 허공을 찌르고, 내가 앞발로 유리문을 수 만 번 두드린 뒤, 야호~ 드디어 나에게 지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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