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한 옛날, 지리산 골짝마을에 바보농부가 살았답니다. 그 바보는 바보같이 멀쩡한 논을 갈아엎어 감나무를 심어놓고는 해마다 풀을 베느라 죽을 똥을 쌌더랍니다. 목매 고대하던 감나무는 잘 안자라면서 풀은 또 을매나 잘 자라는지 잠깐 사이에 바보농부의 키만큼 자라고, 또 환삼덩굴과 칡넝쿨이 감나무를 못살게 굴면 뜯어 말리면서, 매년 세번 네번 풀을 베는데, 한번 벨 때마다 며칠씩 걸리니 여름만 되면 허리가 뿌라질 지경이었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웃집 영감님이 <여보게 바보~ 매년 그렇게 죽을 똥을 싸면서 풀을 베지 말고 잡초매트로 밭을 다 덮어버리게~그렇게만 하면 다시는 풀 벨 일도 없고 그 시간에 엄천강에서 물고기나 잡고 놀아도 되니 일석이조 아닌가. 마침 내가 시간이 나니 기꺼이 도와줌세~ 일이 끝나면 내한테 일당만 넉넉히 쳐주면 되네만...>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솔깃해진 바보농부는 무릎을 탁 치면서 세상에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이제사 알려주시냐고 영감님에게 화를 내고는 그 다음날 당장 혼자서 잡초매트로 감나무 밭을 싸 바르기 시작했더랍니다. 이천 평이나 되는 밭을 다 싸 바르려고 하니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바보는 자기 재산이 다 날아가는 줄도 모르고 그야말로 돈으로 밭을 덮는데, 바보농부가 바보답지 않게 닷새 동안 어찌나 꼼꼼하게 싸바르는지, 지켜보던 영감님이 이번 일로 바보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더랍니다. <여보게 바보~자네 생각보다 꼼꼼한 데가 있네 그려~> (흐흐... 풀들아 이제 느거들 다 주겄써~ 그런데 내가 너무 꼼꼼했나?ㅋㅋ) 조금 남은 거는 다음 날 하루만 하면 너끈히 해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바보는 너무 기쁜 나머지 다섯 째 날엔 치맥도 했다 캅니다. 이렇게 해서 바보농부는 풀과의 전쟁이 종료되었다고 공식 선언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최초의 농부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해진 바보는 남은 일을 마저 하려고 밭에 갔다가 기절초풍을 했는데, 꼼꼼하게 덮어놓은 잡초매트가 바람만 불면 일제히 벌떡 벌떡 일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쿠~저게 머꼬? 관속에서 송장이 벌떡벌떡 일어서는 것 같구먼~) 넋이 나간 바보농부는 가슴이 철렁하더니 아랫배가 그만 볼록해졌답니다. 간이 떨어진 것입니다. 크게 낙담한 농부가 비법을 알려준 이웃 영감을 찾아가서 여차저차 하소연을 했더니 영감님은 <여보게 바보~ 멀칭을 하기 전에 풀을 먼저 잘 베어내고 했었어야지~ 풀 위에 그냥 멀칭을 하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나? 저어기 지나가는 사람들 잡고 한번 물어보시게... 자넨 증말 몬 말리는 관심농부일세~>라며 즐겁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보농부는 정신을 수습하고 지혜로운 아내가 일러준 대로 손수레로 돌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밭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너무 급해 트럭은 들어갈 수가 없는지라, 손수레로 무거운 돌을 하나씩 실어 날라서 잡초매트 위에 올려놓기를 하루도 쉬지 않고 하고 있다하네요. 동네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바보농부는 어제도 오늘도 무거운 돌을 나르고 있다 합니다. 내일도 모레도 돌을 나를 거라 합니다. 아마 주변에 돌이란 돌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끙끙댈 거라 합니다. <여보게 바보~ 우리 밭에 큰 돌이 많은데 자네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가져 가게나~> <영감님~고맙습니더~ 근데 정말 영감님 밭에 있는 돌을 다 가져가도 괜찮겠습니꺼?> <그려~ 그려~얼마든지 다 가져가시게~ 이웃 간에 서로 돕고 살아야지~ 그깟 돌이 무어라고 못 주겠능가?> 그리하여 바보농부네 감나무 밭은 만리장성을 쌓아도 될 만큼 많은 돌들로 가득 차게 되었는데, 수년 전에 감나무 심을 때 멀리 내쳐졌던 돌들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어 무척 기뻐하고 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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