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냉동창고가 고장이 잦아 이번에 무리를 해서 작은 냉동창고를 하나 더 짓게 되었는데 기초공사 하느라 용접기를 사용하던 설비 팀이 아다리 아다리 하며 킥킥대고 있다. 나는 첨에 바둑 두는 것도 아니고 용접하다가 이게 무슨 소리지? 싶어 아다리가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보안경을 쓰지 않고 용접하다 불꽃을 정면으로 쳐다보게 되면 한동안 아무 것도 안보이고 눈이 아파 고생하게 된다는데, 이걸 이 외계인들은 아다리 걸렸다라고 한다나.ㅋㅋ “나도 아다리 두번 걸렸써~” 설비팀 박부장은 마치 전투에서 공을 세운 군인이 훈장 자랑하듯 아다리 걸린 걸 떠벌렸다.그러고보니 나도 이 아다리라고 하는 것에 두 번 걸렸다. 한 번은 귀농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러니까 햇수로 십몇 년 전이다. 된장 만들어 밥먹어 볼까 하고 된장 사업에 도전했는데 된장이 쓰게 되는 바람에 큰 걸로 여덟 독이나 되는 된장을 팔지 못하게 되었다. 정말 그 많은 된장을 이런 덴장~ 이런 덴장~하며 수년간 혼자 먹다 결국 다 버렸는데, 겁 없이 달겨 들었다가 제대로 아다리가 걸린 것이다. 또 한 번은 감을 깎아 덕장에 매달았는데 계속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것이었다. 감이 한두 접도 아니고 일이백 접도 아니고 천 접이나 되는데 그 많은 감이 곶감이 되지 못하고 소똥처럼 바닥으로 붙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나보다 열흘 먼저 감을 깎은 집은 이미 결딴이 나버렸고, 일손을 못 구해 늦게 깎은 나는 그나마 일이백 접 곰팡이 피는 선에서 그쳤는데, 그 해 겨울 내내 곰팡이 핀 곶감 손질하느라 제대로 아다리가 걸렸다. 아내도 이번에 아다리가 걸렸다. 우리 가족은 귀농하고 처음 삼사년은 부부가 같이 농사를 지었다. 벌을 칠 때도 같이 일을 했고 논농사 밭농사는 물론이고 알밤농사도 허리가 아파 더 이상 못하게 될 때까지 머릿수건을 싸맸는데, 이것저것 잘 안 풀려 내가 곶감으로 한번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하니 아내는 한사람이라도 벌어야 된다며 학교에 나갔다. 그게 벌써 십년 째다. 계약직으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비정규직이다 보니 십년을 성실히 근무해도 정규직 초임교사보다 대우가 못하다. 금전적인 대우도 대우지만 정규직 교원이 아닌 비정규직 강사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도 만만치 않다는데,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이번에 해고를 시키려고 한단다. 한마디로 평민신분인 강사가 양반계급인 교원들에게 아다리가 걸린 것이다. 냉동창고 설비팀의 김부장은 아다리가 걸리니 앞이 캄캄하더라 하고 내가 아다리에 걸렸을 땐 그나마 이정도면 다행이지 하고 위안했다. 이번에 아다리에 걸린 아내는 내 이럴 줄 알았다며 상대는 칼자루를 쥐고 있고 자신은 칼날을 쥐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한다. 아다리 얘기 하다보니 바둑 생각이 안날 수가 없다. 예전에 친구랑 바둑 둘 때마다 아다리를 안친 적이 없고 아다리를 당하지 않은 적이 없다. 아다리를 당하면 ‘아이코~칭구야 한 수만 물려주라~’ 하고 사정하고, ‘안되는데...안되는데,,,’하며 은근슬쩍 한 수 물려주기도 했다. 어쩌다 양아다리를 당하면 ‘졌다’하고 ‘한판 더!’를 외치기도 했다. 그런데 바둑판 위가 아닌 지구 위에서 당하는 아다리는 좀처럼 물릴 수가 없다. 아다리를 치는 자는 득의만만 거만한 표정으로 ‘이제 끝났지?’ 하며 아다리를 외치고, 아다리를 당하는 자는 ‘아이코~ 이 일을 우짜노...’하고 살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 이게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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