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리산 골짝 운서마을에 귀농하게 된 건 마을앞으로 흐르는 엄천강 때문입니다. 뱀사골계곡, 한신계곡, 칠선계곡에서 쏟아져 내린 급류가 모여 말처럼 馬川을 달리다가 잠시 쉬어가는 休川 운서마을은, 도시에서 말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내가 한번 쉬어가고 싶었던 休川이었습니다. 옛날 옛적 강가에 엄천사라는 큰 절이 있어서 붙여진 엄천강은 물이 맑아 아직도 수달이 서식하고 어른 신발만한 꺽지가 잡히는 강입니다. 보가 있는 운서마을 사람들은 쪽대 하나만으로도 모래무치, 갈겨니, 빠가사리 등등을 어렵지 않게 잡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몇 남지 않은 물 맑고 고기 많은 강입니다. 장마가 끝나갈 무렵 물 좋은 엄천강에 세련된 복장을 한 낚시꾼들이 왔습니다. 그 복장은 ‘나는 전문가입니다.’ 라고 뽐내는 거 같았습니다. 아이들을 읍에까지 통학시켜 주느라 강둑을 오가며 관심 있게 지켜보았는데 은어 낚시꾼들이라고 합니다. 가슴까지 오는 컬러풀한 멋쟁이 방수복에 챙이 긴 모자를 쓰고 허리춤에는 물에 동동 뜨는 물고기 통과 뜰채를 매달고, 보통 낚시 대보다 두 배 정도는 긴 낚시 대를 가지고 강 한가운데까지 들어가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울진 강물 속에 몸을 반쯤 담근 채 긴 대를 휘두르며 낚시하는 모습을 보니 ‘웰빙’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았습니다. 마을 앞 엄천 강에서 피래미, 모래무치, 꺽지, 메기, 빠가사리 등을 흔히 잡히지만 은어낚시는 처음 봅니다. 예전에는 수박향이 나는 은어가 하도 많아 뜰채만으로도 잡았다고 하네요.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 합니다. 은어가 제법 있는지 낚시꾼들은 쉽게 쉽게 낚아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은어 잡는 모습을 보다가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지켜보니 낚시 줄에 은어가 분명히 두 마리씩 잡히는데 한 마리만 고기 통에 옮기네요. 낚시꾼이 나머지 한 마리를 보지 못한 줄 알고 난 소리쳐 알려줬습니다. “이바요~~저기요오~~~고기가 한 마리 더 잡혔써요!”그런데 내가 한 말이 강물 소리에 빠져버렸는지 낚시꾼은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봉대 행님이 내 말을 듣고 있다가 “그게 그런 게 아니야”라고 합니다. 은어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은어를 유인하기 위해서 낚시 줄에 잘생긴 놈 한 마리는 항상 매어 둔다고 합니다. 호오~호오~ 이거 말 그대로 ‘낚시’네요.ㅎㅎ 그런데 춘길이 어르신은 “그게 그래서 그런 게 아니야”라며 또 다르게 설명해 줍니다. “은어는 칭구를 좋아하는 기라. 그래서 낚시 줄에 은어를 한 마리 달아 놓으면 다른 은어가 칭구하자고 와서 조타고 비비고 문때고 하는데, 허허... 그런데 은어 낚시 줄에 바늘이 따악 숨어 있는 기라. 그것도 모르고 칭구 조타고 쫓아오다가 고마 철커덕 걸려 뿌리는 기라.” ‘고마 철커덕 걸리 뿌리는 기라’에서는 손뼉을 치고 침까지 튀기셨는데 “호오~ 호오~ 그거 정말 기가 막힌 낚시법이네요오~~”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나는 잽싸게 파편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재밌는 낚시 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요량으로 웹에서 더 많은 정보를 검색해 보았더니 은어는 칭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은어는 텃세가 심해서 자기 영역에 다른 칭구가 접근하면 가차 없이 공격하는데, 정치인 같은 은어의 이런 성향을 이용해서 잡는 낚시 법을 ‘놀림낚시’라고 한다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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