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지적장애를 앓고 있으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함양군의 한 장애인이 1000만원보다 값진 100만원의 이웃돕기 성금을 쾌척해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 함양군에 따르면 오정봉씨(43·함양읍 학당길)가 한 일간지에 소개된 한부모 가정 사연(월 19만원 지원금으로 네식구 생활)을 보고 1년여 동안 모은 100만원의 성금을 해당 언론사에 기탁했다. 지난 연말 40만원을 낸 데 이어 두 번째다. 오씨는 “배달하는 신문에 소개된 사연을 보고 기탁했다”며 “어렵게 사는 그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다. 어렵게 모은 돈이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씨는 지적장애 및 언어장애 1급 장애인이다. 84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66)와 남동생(40·충북 청주 거주) 여동생(38·일본인과 결혼 후 도일)과 살아오다, 지금은 홀로 어머니를 부양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그는 부모도, 형제 누구도 장애가 없음에도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 살아오면서 남보다 덜 배울 수밖에 없었고, 놀림도 많이 받았다. 선천성 장애도 모자라 설상가상 오토바이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인쇄소 기계에 머리를 다치는 불운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늘 밝다. 전달이 분명치 않은 말을 하면서도 늘 씩씩하고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한다. 그가 한 달에 버는 돈은 장애인수당 외 30~40만원 남짓. 신문배달, 장애인목욕탕 청소, 폐지수집, 전단지배포아르바이트 등을 하지만 버는 건 매우 적다. 일반 성인 용돈수준도 못된다. 그럼에도 그는 “그래도 할 건 다 한다”고 했다. 수입 중 절반이상을 뚝 떼어 어머니께 드리며 ‘장남노릇’도 하고, 몇 만원 정도로는 가끔 지인들과 삼겹살도 사먹고 술 한잔도 하는 ‘문화생활’을 하며, 또 10만 원 정도는 좋은 일에 쓰려고 꼬박꼬박 저축도 하는 ‘개념 있는’ 생활을 해왔다. 이번에 그가 성금으로 내놓은 돈은 이렇게 1년여를 모아 마련한 것이다. 그는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씨의 불우이웃돕기 소식을 들은 한 지역민(69)은 “새벽 3~4시에 일어나 배달하는 걸 가끔 본다. 성실하고 밝아서 지역사회 사람들은 모두 좋아한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려울 텐데 그리 기특한 일도 했다니, 듣는 사람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 나눔의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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