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은 함양 사람들에게 추억의 장소다. 초등학교 때는 단골로 소풍을 가는 장소였으며 친구들과 힘차게 내달리며 놀던 곳이자, 부모님 손을 붙들고 나들이 가던 쉼터이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하던 사랑이 묻어있는 함양을 대표하는 곳이다. 함양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중한 추억 하나쯤은 간직한 곳이 바로 상림공원이다.
이 같은 상림공원에는 1000년 전 현재의 상림공원인 대관림(大館林)을 조성한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경남 문화재자료 제75호인 문창후선생신도비(文昌候崔先生神道碑)가 서 있다. 우거진 나뭇가지에 가려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도비에 언제부터인가 화분들이 놓이며 작은 정원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꽃이 예뻐서, 또 다른 이들은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마음이 갸륵해서 시선을 주게 되는 화분. ‘누가 화분을 관리할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는 함양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그 주인공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매일 같이 최치원 선생 신도비를 찾아 화분을 가꾸고 주변을 청소하는 한은자(여·53)씨. 세월의 무게와 무관심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던 신도비는 그녀가 가져다 놓는 화분과 그녀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화사하게 변할 수 있었다.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최치원 선생님의 신도비를 찾으시는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보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지니까요” 그녀가 신도비 아래에 화분을 가져놓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로 한겨울을 제외하고 꾸준하게 관리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제가 이렇게 꽃을 가져다 놓고 청소를 해도 되는지 상당히 걱정했습니다. 혼날까봐 몰래몰래 가져다 놓기도 했었어요.”라며 미소 짓는 한은자씨. 상림 인근에 사는 그녀는 매일 같이 상림을 산책하며 화분을 가져다 놓고, 신도비에 들러 주변을 청소하고, 때로는 물을 길어 주변을 청소하기도 한다. 또 가져다 놓은 화분에 물을 주며 정성껏 가꾸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하나에서 시작된 화분은 이제 신도비를 빙 둘러 30여개가 놓였다. 시든 꽃을 따내고, 마른 가지를 자르고 그녀가 신도비 주변을 가꾸는 것은 누군가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이다. “저는 상림을 사랑하고 그 상림을 만드신 최치원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예전에도 함양에 오면 항상 상림을 걸어보고, 함양에 오면 푸근함을 느꼈습니다.” 국선도 강사 활동을 하며 전국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던 그녀에게 함양과 상림은 언제나 편안하게 그녀를 감싸는 곳으로 그 같은 곳 함양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최치원 신도비 앞에 서면 굉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석은 돌덩이가 아니라 특별한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기운이 좋은 곳에 가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녀가 함양에 자리 잡고 신도비를 관리하는 이유다.
그녀가 몰래 가져다 놓은 꽃은 함양을 찾는 관광객들을 미소 짓게 했으며, 산책 나온 함양 사람들에게는 최치원 선생의 신도비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제가 놓은 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저도 아주 즐거워요.” 화분을 들고 가거나 꽃을 꺾는 이들도 가끔씩은 있지만 싫은 내색은 하지 않는다.
수개월째 신도비 관리를 해오면서 그녀와 이 같은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함양을 비우면 그녀의 지인들이 신도비를 관리한다. “그냥 좋아서 하는 겁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함께 하시는 분들도 최치원 선생님을 흠모하고 함양을 사랑하시는 분들입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거처를 함양으로 옮기면서 부터다. 그리고 매일 상림을 거닐며 신도비를 청소했다. 추웠던 겨울은 어쩔 수 없이 꽃을 놓지 못했지만 꾸준하게 그녀가 가꾸는 화분이 30여개를 넘어서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졌다. 그녀의 정성은 기우였다. 그녀가 몰래 가져다 놓은 꽃은 함양을 찾는 관광객들을 미소 짓게 했으며, 산책 나온 함양 사람들에게는 최치원 선생의 신도비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제가 놓은 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저도 아주 즐거워요. 겨울에도 무엇인가 가능한 것을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 생각한 것을 없네요.”
항상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지만 무관심했던 신도비가 한명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의 행동으로 인해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울림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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