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빴던 6월이 지나갔습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농촌의 실정을 잘 몰랐던 제가 요즘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농민의 삶과 농사일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난 6월 한 달은 우리 보육원의 연례행사인 전 가족들의 3일간 8천평 이상의 양파봉사활동을 하였고 개인적으로도 주말을 중심으로 며칠간 농가의 일손을 도운 적이 있었습니다. 트렉터로 모를 심기 위한 로타리 작업을 하고 모판도 쪄보고 날라도 보고, 고추 순도 따보고, 감자도 캐보고, 양파까대기도 해보고, 콩도 심어보고, 참깨도 심어보고, 호박도 심어보고 불과 며칠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봉사활동이라서 그런지 그 일들을 하는 시간 내내 힘은 많이 들었지만 내 영혼이 자유롭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해가 지도록 하루 종일 농사일에 매달리는 우리 농민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으로 푸름과 생기를 머금은 들녘을 보면서 새삼 농사일을 하시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위대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분들의 고된 노동으로 일군 업적보다 저를 더 감동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양파 작황이 좋지 않아 양파가격이 예년에 비해 특히, 전년도에 비해 엄청난 호가를 기록하고 있고 제가 우리 성민 가족들과 양파 봉사를 하는 현장에도 상인들이 와서 20kg 한망 당 16,000원 이상의 거래를 제안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농협의 양파수매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농민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시세였습니다. 저도 지난 15년 이상 양파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본 양파의 현실을 조금은 알고 있었기에 상인들의 제안은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음에도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저는 참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고 그늘막이 쳐진 농로에 둘러 앉아 밥을 먹으면서 “그 정도 가격과 조건이면 대박일 것 같은데 왜 파시지 않았습니까?” 하고 전주에게 물었습니다. 사실 저는 속으로 ‘양파가격이 더 올라갈테니까 더 오르면 팔려고 그러시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입에서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어이, 원장! 내가 60여 평생을 농사를 지어 왔고 아직은 농촌에서 젊은 사람에 속하는 편이라 앞으로도 몇 십년은 농사를 더 지어야 한다 말이라. 그리고 지난 십 여년간 농협과 여러 가지 농작물을 계약재배를 하고 있거든. 특히, 작년에 양파 파동이 왔을 때 농협이 우리 양파를 시세보다 높게 수매를 해 줘서 그나마 손해를 좀 덜었어. 그런데 올해 양파 값이 좋다고 해서 농협과의 약속을 어기면 안되제. 사람이 그러면 못쓰거든. 우리가 우리 농협을 믿어야지 누가 우리 농협을 믿을 것인감.” 순간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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