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지난해부터 논란을 빚어왔던 조병갑선정비 철거문제와 관련, 선정비는 그대로 유지하되 철거를 둘러싼 논란과정과 존치결정사유를 담은 안내판을 설치키로 결정하고 25일 오전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조병갑선정비는 함양 상림 숲 역사인물 공원 내 ‘함양을 빛낸 역사인물 공원’ 내에 자리해 있다.
군에 따르면 갑오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은 지난해 4월 함양농민회 주관으로 ‘탐관오리 조병갑 선정비 철거를 위한 함양지역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서명운동을 전개해왔다.
이에 군은 지난해 12월 함양군의회·농민회·함양시민연대·함양노동자연대 등의 위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간담회를 여는 등의 논의과정을 거쳐 올해 4월 말 안내판을 세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날 조병갑 선정비 옆에 세워진 가로·세로 500x890cm 크기의 안내판에는 “이 비는 조선 말기 함양 군수를 지낸 양주 조씨 조병갑(趙秉甲)의 선정비”라며 “조병갑은 함양 군수로 재임(1886.04~1887.06)하다 1887년 8월 김해 부사로 부임하였고, 이후 1892년부터 1894년까지 고부 군수로 재임했다”고 적고 있다.
이어 “조선 말기는 외세의 간섭이 많아지고 국정이 혼미해 매관매직이 심했던 때였으며, 조병갑은 고부 군수로 재임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백성을 착취, 이 시기 탐관오리의 대표적인 인물로 갑오동학농민운동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평가된다”고 조병갑의 역사적 잘못을 명시했다.
그럼에도 비를 존치하는 배경에 대해 “이러한 역사적 사실 때문에 우리 군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탐관오리 조병갑의 선정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선비정신과 구국정신이 강한 함양군에서는 이러한 역사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역사의 교훈이라는 점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 비를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함양군수 재임시절 조병갑의 행적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고부군수 시절 역사적 과오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선정비 철거 여론이 전개돼 왔다”며 “그럼에도 공동대책위원들도 아픈 과거를 기억하자는 취지에 공감해 안내판을 세우게 됐다. 후손들에게 또 다른 역사적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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