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알베르 카뮈가 쓴 『페스트』라는 소설이 있다. 흔히 흑사병이라 부르는 죽음의 질병 페스트가 가공할 위력으로 조용한 도시 오랑을 공격한다. 그때부터 시민들은 약품도 없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쓰러져 죽어간다. 반항 한 번 못해 보고 맥없이 목숨을 내주는 사람들이 있고, 어떻게든 질서를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고, 신이 내린 심판이라며 인간으로서 응당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나온다. 전염병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패배를 고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실제로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무서운 전염병 페스트의 실체를 근거로 전개된다.
페스트는 1334년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돼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번졌는데 1348년에서 1350년 2년 사이에 흑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대략 2,500만 명에서 3,500만 명에 달했다. 이것은 그 당시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할 만큼 많은 수치이니 페스트 전염병의 공포는 가공하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에 감염되고, 이 벼룩에 사람이 물리면 페스트균에 감염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2002년 11월 중국 광동에서 발생하여 홍콩을 거쳐 세계로 확산된 중증급성 호흡 증후군 사스-코로나 바이러스(SARS-CoV)도 있다. 2003년 7월까지 유행하여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하였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어처구니없게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 메르스가 상륙하여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전염병이라는 기초상식도 이해하지 못한 채 초기 안이한 대처를 하여 재앙을 불러들였다. 이제는 3차 감염까지 확대되고 전국으로 번져나가 손쓰기 힘들 정도다.
병원이 마비되고 서울, 경기지방의 주민들은 공공장소를 피하고 마스크가 동나고 사람이 사람을 피하며 생활하기까지에 이른다.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학교가 쉬고 외국 관광객의 방문이 끊기고 상점이 문을 닫아 경제활동이 정지되었다. 페스트 오랑의 도시처럼 가벼운 전염병 하나가 나라 전체를 흔들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전염병 자체가 인류 전체를 전멸시키는 극복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의 예는 없지만 전염병의 발생은 사회적‧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성까지도 바꾸는 엄청난 충격을 가져온다.
죽음이라는 존재가 언제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릴지 모르는 상황,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언제 자기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그런 공포가 인간을 파멸에 몰아넣는다. 병 자체보다도 인간의 무기력과 희망의지의 상실이 더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위기의 난국에서는 무엇보다도 믿음이 중요하다. 이웃을 믿고 의사를 믿고 병원을 믿고 정부를 믿고 인간은 인간 자체가 면역을 갖고 수십만 년을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믿고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혼란만 올 뿐이다.
희망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럴 때 일수록 일치단결 협조하여 인류 전체의 재앙을 막지 않으면 안 된다.
청정도시인 함양은 가만히 구경할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 메르스 예방에 능동적 대처를 하기 바란다.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전 공무원이 하나가 되어 각 병원이나 의원과 긴밀히 정보를 주고받으며 의심환자가 없는지 타 지역과의 접촉은 없는지 파악하고 주민들에게도 각자 조심하고 예방하고 신고하고 협조하는 체제를 미리 구축하여 예방을 우선으로 하는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함양 IC에 감지기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예방에 하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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