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4일 낮 1시 함양초등학교는 수만 마리 벌떼들의 습격으로 인해 때 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학사루 느티나무 근처의 꽃사과나무에 임시 둥지를 튼 수만마리 벌떼들은 그들의 여왕벌을 보호하려는 듯 나무 주변 반경 10m를 그들의 영역인 양 윙윙거리며 지나는 이들을 위협했다. 학생들도 몰려나와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하고 저만치 떨어져 “벌떼다” “무서워”를 연발했다. 도심지 중심부에 벌떼들이 찾아 올리는 없는 일. 분봉 시기도 지난 터라 갑작스럽게 찾아온 벌떼들의 습격에 지나는 군민들도 신기해하는 분위기였다. 벌떼 습격 한 시간 여, 벌떼들은 꽃사과나무가 마음에 들었는지 가지 한곳에 터를 잡고 군락을 형성하고 소수만이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인근에서 벌을 키우는 이를 수소문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박한돌(76)씨는 “보통 벌(토종벌)들의 분봉 시기는 4월부터 5월 중순까지로 지금은 6월 초이니 분봉시기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라고 전했다. 벌집에는 한 마리의 여왕벌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벌들의 개체수가 많아지면 특별한 먹이(로얄제리)를 먹은 여왕벌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한 벌집에 두 마리의 여왕이 존재할 수는 없는 일. 새로운 여왕이 태어나기 2일전 기존의 여왕벌은 새 집을 찾아 떠난다. 이처럼 벌집의 권리를 새로운 여왕벌에게 넘기고 새집을 찾아 떠나는 것이 분봉이다. 대부분 따뜻한 봄에 분봉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한여름 뙤약볕에 이사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한돌씨는 “분봉시기를 이탈한 벌 집단은 날씨의 영향을 받았거나 여왕벌의 번식 시기가 안 맞을 때이다. 이번 경우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늦은 분봉시기를 맞은 벌떼들을 지켜보던 한 군민은 “가까이서 보면 징그럽지만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다, 장관이다.”라며 벌떼들의 뜻밖의 선물(?)을 감상 하는가 하면 하교하던 함양초등학교 학생들은 호기심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벌들을 관찰하는 천진난만한 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흩어진 벌들을 한 곳으로 옮기는 작업도 고난이도로 진행됐다. 약 2m 높이에 뭉쳐진 벌떼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힘겹게 나무 위에 자리를 잡은 박한돌씨는 조심스럽게 벌들을 용기에 옮겨 담았다. 약 한 시간 정도 나무 위에서 벌들의 공격을 받아 가며 땀을 흘린 이후에야 여왕벌과 함께 그들의 군사들까지 모두 체포할 수 있었다. 벌떼 생포 작전을 마친 박한돌씨는 “분봉시기를 놓친 벌들은 살 수 있는(양봉) 가능성이 50%라 보면 된다. 나머지는 번식 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이것은 불가항력이다. 이런 일들이 1년에 3~4번은 꼭 있는 일이다. 일반 사람들이 벌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목격하는 즉시 가까운 소방서나 양봉업자에게 신고 바란다.”라고 전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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