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마을 한 식구들이 겨울에 함께 먹을 모를 심습니다.”조용한 시골 마을에 못줄 넘기는 소리가 정겹다. ‘어이~’하고 못줄을 잡은 어르신이 반대쪽을 부르면 ‘어이~’하는 목소리가 화답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리듬을 맞추며 못줄이 넘어간다. 지난 6월4일 조금은 늦은 모내기가 휴천면 송전마을 다랭이논에서 펼쳐졌다. 이날 모내기는 5필지 1500평으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 모내기로 진행됐다. 마을 주민 10여분이 작은 다랭이논에 엎드려 손모심기에 한창이었다. 고령의 어르신들은 요즘은 좀체 보기 힘든 손모심기에 힘들 법도 하지만 소싯적 실력을 발휘해 리듬을 맞추며 순식간에 모내기를 끝냈다. 이곳 다랭이논에서 수확된 쌀은 올해 겨울철인 11월부터 3월까지 마을회관에서 마을 주민들20~30여명의 점심과 저녁 2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식량이 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송전마을 주민들은 모두 한 식구다. 식구(食口)는 한 집에서 같이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송전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 식구인 셈이다. 송전마을에서 이렇게 공동 농장을 시작한지도 7년이 지났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농촌지역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차츰 외진 논밭은 버려지다시피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마을에서는 이렇게 방치된 논밭을 마을 공동농장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곡식을 통해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량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날 모내기를 위해 3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해 공동 모판을 만들고 모를 키우기 시작해 이번 모내기, 그리고 공동 수확까지 모든 과정이 공동으로 이뤄진다. 올해 82살인 한 할머니는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내 일은 안 해도 마을 일에는 꼭 참여하게 된다. 우리가 겨울에 먹을 것들인데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내기에는 이노태 휴천면장도 참여해 어르신들과 함께 모심기를 하기도 했다. 김기완 송전마을 이장은 “이렇게 함께 모여 공동농사를 지으면 마을 단합과 화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라며 “이번 모내기가 우리 마을 어르신들의 겨울 먹거리로 힘들지만 모두가 즐겁게 모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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