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욕구임과 동시에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그 만큼 사람들에게 절실한 것임과 동시에 오감을 자극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먹을 식(食), 밥 식(食) 자는 사람 인(人)과 어질 양(良)으로 구성돼 사람의 먹을거리가 인성에까지 작용한다는 선현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즉, 무엇을 먹느냐가 인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만큼 사람에게 먹을거리는 중요하다.이 같은 먹거리는 지역 마다 고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어느 한 지역의 문화와 전통, 사회와 경제 등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 그리고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음식이다. 그래서 향토음식만으로도 그 지역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의미에서 음식은 단순한 상품구매의 장소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써의 그 의미 자체를 더하고 있다.주간함양은 함양의 전통 먹거리 향토음식을 찾아 그 먹거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향토 음식 발굴의 중요성과 음식거리의 발전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편집자 주> 1. 100만 관광객, 그러나 먹거리가 없다.2. 함양의 먹거리 향토음식3. 함양의 먹거리 종가음식4. 선비의 고장 안동의 종가음식5. 세계적인 먹거리 전주비빔밥6. 함양의 먹거리로 관광객을 사로잡자 함양의 먹거리 종가음식 수백 년 종부들의 손을 거치며 다듬어지고 연구되어온 종가음식은 그 종가만의 가풍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이름난 명문 종가들의 며느리들에 의해 수백 년에 걸쳐 대대손손 전해 내려온 종가음식은 그 의미만으로도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지난 3월 함양군은 종가음식 6종의 맛과 스토리가 담긴 홍보책자 ‘함양, 종가의 맛을 찾아 떠난 여행’을 발행했다. 앞선 2월에는 발굴한 종가음식을 선보이는 자리도 마련했었다.책자에는 함양이 발굴한 하동정씨와 풍천노씨, 남원양씨의 종가 역사, 음식에 얽힌 스토리, 레시피 등이 상세하게 실려 종가음식 전승자뿐 아니라 건강식단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요리책이 맛과 영양을 고려한 식단 위주인 데 비해 이 책자는 요리소개에 앞서 종가가 있는 풍광 사진과 종가에 얽힌 스토리를 소개해 말 그대로 ‘맛을 찾아 역사 속으로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색이다. 함양의 대표 종가음식 6종 함양을 대표하는 3대 종가에서 엄선된 종가음식 6종. 하동정씨와 풍천노씨, 그리고 남원양씨 종가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종가음식들은 각기 그 종가만의 개성이 스며있다. 조선 성리학의 5현으로 불리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하동 정씨 종가에서 내려오는 음식은 집안의 명망과 선비로서의 기품이 상차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국수(國手)라 불린 사초 노근영 선생의 풍천 노씨 내림음식은 성품 그대로 소박함이 묻어난다. 청백리로의 표본인 일로당 양관 선생의 남원 양씨 내림음식은 소박하면서도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정성이 깃들어 있다. 정소혜(하동정씨 죽헌 정태현 어른 후손) 여사를 통해 발굴한 2개 하동 종가음식 상차림은 조선 성종 때 문신으로 안의 현감을 지낸 일두 정여창 선생의 얼과 기품이 스며있는 잔칫상과 주안상이다. 신선로, 개평 육회, 동태불고기, 호박 부전과 고추 부전, 송이 장조림, 백편 등으로 구성된 잔칫상은 함양을 대표하는 하동정씨 가문의 특색을 살려 해산물보다 육류·건어물을 활용해 지역명문가다운 풍부함을 더했고, 주안상은 가양주와 영양이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내는 족편과 육편, 정교하게 오려낸 오징어, 율란과 부각 그리고 호두 졸임과 곶감 말이 등으로 구성됐다. 또한 이정호(사초 노근영 선생의 며느리) 여사가 전하는 풍천노씨의 2개 음식은 함양 바둑의 전통을 뿌리내린 사초 노근영 선생의 배려가 담긴 국수 상과 다과상이다. 국수 상은 오색국수, 물김치, 쇠고기누름적으로 구성돼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든든함을 주고, 참판댁 약과, 국화잎 튀김, 율란, 조란, 식혜 등으로 구성된 다과상은 바둑을 두고자 전국 각지에서 함양을 찾아온 사람을 배려한 사초 선생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박경숙(일로당 양관 어르신의 15대 손부) 여사가 전하는 남원양씨 종가음식은 일로당 양관의 정신과 함양의 자원을 닮은 손님상과 건진 국수다. 손님상은 밥과 지리산에서 채취한 석이버섯에 집안 내림의 별미 장과 식혜가 들어간 동동주 등 소박하고 독특한 반찬과 부식별로 넉넉하게 구성됐다. 특히 밥은 먹는 이의 취향을 고려해 쌀밥과 찹쌀로 지은 팥밥 등 2가지 종류의 밥을 제공하고 있다. 콩가루를 넣어 반죽한 정갈한 건진 국수도 일품이다. 종가음식 발굴을 위한 노력 “종가음식은 종중에서 내려오는 내림음식이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그 속에는 그 종가만이 가진 풍속은 물론 수백 년간 맛과 멋을 지켜온 종가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한국인의 자랑이며 문화유산입니다.” 지난해부터 종가음식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함양군농업기술센터 자원식품담당 김해중 계장의 말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난해 예부터 전해져 오는 종가음식과 종중 내림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을 통해 전통음식의 보존과 지역 음식의 가치 재조명, 한식의 우수성 홍보 및 다양한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종가음식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용역을 통해 종가음식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지역의 종가들을 찾아다니며 종가음식, 내림음식에 대한 정보와 함께 동참을 호소해 왔다. 그렇게 시작된 종가음식 발굴 프로젝트는 함양을 대표하는 3대 종가 6종의 종가음식을 발굴해 낼 수 있었다. 군에서는 발굴된 종가음식에 대한 꾸준한 교육은 물론 이를 더욱 체계화시켜 종가음식 교육까지 이뤄내면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종가음식 풀어야 할 숙제들 함양의 종가음식 발굴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지난해부터 함양군에서 추진했던 종가음식의 맥을 잇기 위한 노력이 결실이 어느 정도의 선까지 올라왔다. 군은 종가음식을 발굴하고 이를 체계화된 조리법으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우렸다. 오랫동안 종중 내에서만 이어지던 맛을 대중들에게 선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함양을 대표하는 3대 종가들의 종가음식은 선비의 고장 함양을 더욱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발굴한 종가음식의 대중화에는 많은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 발굴한 종가음식의 보다 체계화 된 작업과 아울러 보편화와 현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종가만의 것에 머물지 않고 함양의 특별한 상품으로 만드는 상품화도 관건이다. 또한 종중은 물론 일반인들도 종가음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알릴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 발굴에서 그치지 않고 이후 대중화 및 상업화를 시도해야 한다. 일부 종중에서는 이번 발굴 종가음식이 과연 그 종가의 참맛을 살려 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종가 음식은 대를 이어 내려온 종가의 참맛이며 종가를 대표하는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종가 음식을 취재하던 중 “종중 분들이 알게 되면 어떤 말을 할까. 구설에 오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함양을 대표하는 먹거리 중 종가음식을 발굴하고 이를 꾸준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중의 의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뷰> 정소혜 하동 정씨 죽헌 정태현 어른 후손 “음식에는 정성과 배려가 담겨 있다”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지 하나의 음식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함양에서 종가음식을 이으며 이를 많은 이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정소혜 여사(하동 정씨 죽헌 정태현 어른 후손)의 말이다. 옛 우리의 음식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지만 제대로 된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직접 보고 맛 봤던 종가음식을 재현하고 있는 정소혜 여사. 정 여사는 “어린 시절 우리 집으로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 왔었다. 갑자기 방문하는 이 분들을 접대하기 위해서는 항상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배운 그 맛을 지금도 기억하고 이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소혜 여사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종가음식 중 잔칫상 차림은 10여가지 다양한 음식들로 차려진다. 모두가 정성이 가득한 종가 대대로 내려오는 차림상이다. 정 여사는 “단 하나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할 때도 있다. 그 만큼 힘들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옛날 이 같은 다양하면서도 훌륭한 음식들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옛 어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게 된다”며 음식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정성을 이야기했다. 특히 그녀는 “모든 것에는 뿌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 음식은 정성스럽고 남을 배려하는 음식이다. 가족이 먹으려는 음식보다는 남과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라며 종가음식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 여사는 오래전부터 종가음식을 알리기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종가음식이나 전통음식하면 손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배우기를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는 “예전의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꾸준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라며 종가음식의 방향도 제시했다. 끝으로 정소혜 여사는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가 배우고 싶어 한다면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참 맛을 전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강대용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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