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최소한 전통이라고 말하려면 4대를 이어온 백 년의 계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전통음식이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로부터 백 년쯤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을 전후로 만들고 먹어온 음식을 통칭하는 말이다. 최근 전통음식이니 종가의 음식이니 하면서 많은 요리법들이 나돌고 있는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물림해 내려오는 종가의 음식이나 전통의 음식이 아니라 최근 2~30년 이래 우리가 해먹어온 음식들의 조리법들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음식이나 식생활에 대한 어설픈 스토리텔링에서 출발한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우리의 전통음식을 이해하려면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이해하려면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면 자연스럽게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계절의 특징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제철음식을 찾게 된다. 선조들은 제철에 산야에서 나는 것과 농사를 통해 얻는 식재료가 없는 계절을 대비해 묵나물을 준비하고 장아찌를 만들었다. 겨울농사라고 부르는 김장과 묵나물, 장아찌 등을 제외하면 모든 음식은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들로만 밥상에 올렸었다. 우리의 전통음식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하는 기본양념은 일 년 농사라 일컫는 장이 전부였다. 소금을 제외하면 간장, 된장, 고추장이 간을 하는 양념의 거의 전부였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집집마다 가을이 되면 메주를 쑤고 겨우내 띄웠다가 이른 봄에는 장을 담았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장을 가르고 가을이 되면 햇장을 개봉해 먹었으며 늦가을에는 수확한 콩을 가지고 다시 메주를 쑨다. 그렇게 1년이 끝나고 다시 1년을 시작하는 순환은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절기는 농사의 길잡이다. 결국 절기에 나는 식재료를 음식으로 밥상에 올리는 것이 우리의 전통음식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우리 민족은 농경민족으로 자연을 숭상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식생활에 자연관이 깃들어 있으며,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환경 속에서 각 계절마다 달리 생산되는 제철식재료로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즐기는 풍속이 일찍부터 발달하였다. 절식이란 다달이 있는 명절에 차려 먹는 음식이고, 시식은 계절에 따라 나는 식품으로 만드는 음식으로 명절음식과 시절음식을 통틀어 세시음식이라 한다. 그런 까닭에 전통음식을 아는 것은 세시음식, 절기음식, 혹은 시식을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 곧 음력 사월의 절기인 한식이 돌아온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청명절(淸明節)이라고도 하며 종묘, 능원에 제향을 지내고 민가에서도 성묘를 한다. 이 날은 불을 쓰지 않으므로 찬 음식을 먹고, 술, 과일, 포, 식혜, 떡, 국수, 탕, 적 등의 음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민간에서는 이 날을 전후하여 쑥탕, 쑥떡을 해 먹고 한식면이라 하여 메밀국수를 먹었다. 한식이 지나면 곧이어 사월 초파일이다. 석가탄신을 기념하는 날로 집집마다 연등하여 경축하고, 손님을 초대하여 느티떡, 콩요리, 미나리강회 등 소찬으로 대접한다. 이때의 절식으로는 녹두찰떡, 쑥편, 화전, 주악, 석이단자, 국수비빔, 해삼전, 양지머리편육, 신선로, 도미찜, 웅어회, 도미회, 미나리강회, 화채, 청면, 제육편육, 생실과, 햇김치, 장김치 등이 있다. 주악이나 석이단자 등을 제외하면 만들어 먹기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도저도 귀찮다면 이 찬란한 봄날이 가기 전 한식에 즈음하여 쑥개떡 몇 개라도 해먹고 지났으면 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