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전을 보낸 가운데 오중사의 맞은 편 침상에서 생존자중 가장 많이 다친 박병장을 접하게 된다. 건강하고 준수한 청년이었는데, 파편이 배를 뚫고 들어가 장을 찢었고 등의 근육과 척추에도 박혀 있었으며 등과 옆구리는 3도 화상이 전신에 총상과 파편이 즐비했다. “재는... 왜 저렇게 다쳤어요?” “우리 배의 의무병 녀석인데 부상자들 처치한다고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 다니다가 그랬습니다...” 이야기를 듣자 울컥했다. 멋진 놈... 그런데 이게 뭐냐. ‘너는 반드시 살려낸다.’ 박병장의 숭고했던 행동을 여러모로 전해들은 우리 군의관들은 암묵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해교전이 차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9월 20일 금요일 새벽에 젊은 심장은 마지막 고동을 끝냈다. 이틀 뒤, 가족의 오열 속에 우리 병원에서 영결식이 거행되고 박병장은 대전 국립묘지에 묻혔다. 충무 무공 훈장도 수여됐다. 이 글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교전 당시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근무하던 이봉기 의사의 수필 중 일부를 발췌한 글이다. 이제 한 달 정도만 지나면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하게 된다. 우연히 2년 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한 편의 영화 제작펀딩에 참여하게 되어 많은 우여곡절 속에 드디어 이 영화가 완성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면서 꼭 기억해야 하는 것과 잊어도 상관없는 것들이 있다. 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젊은 청년들이 그들의 생명과 젊음을 담보로 이 대한민국을 밤낮으로 지켜주기 때문이 아닌가? 하지만 잠시나마 우리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망각의 시간들이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월드컵 경기가 한창인 그 때. 서해상에서 ‘참수리357’호 승조원 장병 6명이 북한과의 교전으로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 6명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전투 중 전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축소하려고 했고 은폐하려고만 했다. 군대에서 축구하다가 다쳐도 국가유공자 자격을 얻는데, 이들은 유공자는커녕 국립묘지에도 묻히지 못했다. 장례식은 또한 어떠했는가? 정부 관계자조차 조문도 오지 않았고, 국방부장관이나 합창의장 및 군고위인사들 조차 참석하지 않았으며 조화조차도 없었다. 전사자에게 준 것은 개인당 2천만 원의 위로금이 전부였다. 위에서 언급한 의무병인 박동혁 병장이 3개월 만에 병원에서 전사하자 그제야 부랴부랴 박지원비서실장외 2명을 보내 조의금전달하고 조화를 보내고 국립묘지에 안장한 것이 전부였다. 정부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으니 생색을 낸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의 마음속엔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대중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그들의 직무를 다하지 못한 범죄인 것이다. 그는 어느 나라 대통령이었으며 누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었는가? 바로 국민이다. 국민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버렸는데 왜 그는 그들을 홀대하였는가? 참으로 슬프기 그지없다. 내가 이 자리에서 목사로서의 직무를 다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국가에 대한 충성과 의로운 죽음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좀 더 배려하였고 추모식도 정부주관으로 승격시켜놓았다. 그가 잘 한 일은 이 일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연평해전으로 말미암아 얻은 북한 해군의 피해는 사망 13명, 부상 25명으로 알려져 있을 뿐 워낙 폐쇄적인 국가인지라 다른 것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NLL-연평해전’ 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 한 영화가 6월 1일 시사회를 거쳐 11일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우대하고 기념하는 풍토가 조성될 때 많은 젊은이들이 국가가 어려울 때 나라를 위해 이 한 목숨 희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 본다. 윤영하소령, 한영국중사, 조천형중사, 황도현중사, 서후원중사, 박동혁병장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