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기를 중년이상의 부부들 사이에서는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어디 멀리로 여러 날 여행을 갈 것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밥을 할 줄 모르는 남편과 다 컸으나 음식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잘 익은 김치만 있으면 몇 날 며칠 먹을 수 있는 곰국을 큰 솥으로 한 솥 끓여 놓고 친구들과 함께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나도 그러냐고 물으면 물론 나도 그래 하고 말할 것 같지만 반대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 집 남편은 스스로 끼니 해결을 잘 하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바깥일을 하는 내가 자주 집을 비우니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이 스스로 살 길을 찾은 것이기도 하다. 남편은 가끔 전화로 특정한 음식에 대한 조리법을 묻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준비해둔 육수로 된장찌개를 끓이는 정도의 조리법을 구사하던 남편이 어떤 날에는 돼지고기를 양념해 볶아 먹겠다고 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먹어보면 꽤 그럴듯하여 혼자 돌아다녀도 걱정을 덜 하게 되어 좋다. 식재료들이 떨어지지만 않게 준비해두고 일을 보러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집과 비슷한 사연들이 생기는 모양이다. 지난겨울에는 농번기 시작되기 전에 요리교실을 열어달라는 동네 아빠들의 요청이 있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매주 한 번씩 그야말로 요리교실을 열었었다. 요리교실이니 멋진 요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은 실망할 수업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꼭 필요한 수업이었다고 생각하였고 참여한 아빠들도 모두 공감을 해주어 무사히 수업을 마쳤다. 음식을 늘 하는 사람들은 놓치기 쉬운 것들을 찾아서 알려주는 것이 이 수업의 최종목표였다. 이를테면 파를 다듬는 것은 어떻게 하며 다듬고 남은 파뿌리와 잎은 버리지 않고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즉석밥이 가게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막 뜸들인 밥을 후후 불면서 먹는 재미를 느끼는 냄비즉석밥을 하는 방법을 알리는 것이 정말 필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품질이 좋은 전기밥솥도 있고 전기압력밥솥도 있다. 그러나 그런 솥에 해먹는 밥과 다른 맛을 지닌 밥이 냄비밥이다. 냄비에 한 밥맛을 아는 사람은 가끔 냄비밥이 생각날 때가 있음을 공감할 것이다. 냄비밥의 또 다른 의미는 이 냄비밥이 다른 밥의 시작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얼마 지나면 완두콩이 나올 시기다. 완두콩은 다른 콩과 달리 여려서 쉽게 익으므로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에 하면 자칫 너무 익어 누렇게 변한 밥을 먹어야 한다. 완두콩 특유의 연두빛깔 밥을 만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냄비밥 생각보다 쉽다. 한 번 도전해보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냄비밥 해보기1. 쌀 1인분 1컵은 180ml 짜리로 나오니 참고하여 쌀을 준비한다. (쿠쿠밥솥의 쌀 계량컵 기준이라 요즘 여자들에게는 좀 많다.)2. 쌀을 씻을 때는 물을 재빨리 버려야 씻어낸 쌀물이 다시 흡수되는 일이 없어 잡맛이 없어진다.3. 30분간만 불린다. 4. 밥물은 냄비밥의 경우 씻기 전의 쌀의 양 대비 1.2배로 잡으면 된다. 5. 냄비와 쌀과 물을 넣고 센불로 밥을 한다. 6.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밥물이 잦아들 때까지 두었다가 아주 약한 불로 줄이고 15분간 뜸을 들인다. 7. 뜸이 다 들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놓은 채로 3~4분간 두었다가 밥의 위아래를 고루 섞어 밥을 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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