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농작물을 심어 가꾼 것이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초보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사에 전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년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벌써 밭에는 여러 가지 농작물들이 심기어져 있다. 감자, 땅콩, 상추, 당근, 고추, 오이, 양배추, 가지, 부추, 삼채, 생강, 옥수수 등... 올해는 ‘초석잠’이라는 새로운 작물도 심어보았다.
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텃밭을 보고는 “목사님 심는 시기를 어떻게 압니까”라고 물을 때면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분들 하시는 것보고 따라합니다”
주변에는 일평생 농사일을 하신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이 감자를 심을 때면 감자를 심고, 그분들이 땅콩을 심을 때면 땅콩을 심는다. 그 분들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밭은 먹거리로 풍성해 진다.
‘농사 따라하기’가 쉬운 일일수도 있지만 이웃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고 열린 마음과 경험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교과서적인 지식과는 다른, 현장에서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텃밭에는 비교적 관리하기 편한 감자를 많이 심었다. 감자를 심고 똑 같이 싹이 나와야 하는데 반 정도가 싹이 나지 않아서 이차로 감자를 심어 지금은 감자줄기가 고르게 자라지 않고 들쑥날쑥한 상태다. 감자를 깊이 심어야 많이 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자 심는 기구를 빌려와서 최대한 깊이 파고 심은 게 원인인 것 같다. 욕심이 과했든 것 같다. 기후를 생각해서 적당한 깊이로 심었어야 하는데...
도시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농촌에서 살게 된 분의 이야기다. 상추씨를 뿌렸는데 여러 날 지난 후 상추씨가 싹을 틔워 나오면서 흙을 밀고 올라오는 것을 보았단다. 너무 힘들게 보여 흙을 다 걷어 주었더니 상추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렸단다.
따라하기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과욕이나 우둔함이 아닌 식물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창의적인 생각으로 행할 때 발전이 있다.
농사를 따라하면서 주위 분들이 잘 심지 않는 양배추, 단호박, 당근, 등을 심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주위 분들도 심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올해는 초석잠을 심어보았다.
농사에만 따라 하기가 있을까? 어찌보면 인생이란 따라 하기가 아닐까?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을 배우고 오늘날의 삶의 환경들을 생각하며 지혜롭게 행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감자를 많이 수확하겠다는 지나친 욕심으로 오히려 감자밭을 망치듯이, 상추에 대한 올바른 지식 없는 우둔함이 상추를 죽이듯이 우리의 삶의 모습 속에는 이런 일로 인해 고통 받는 일이 허다한 것 같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모 기업 회장의 자살과 그 여파로 국무총리가 사임하고 도지사가 조사를 위해 검찰에 소환되고 이름이 거론된 고위공직자들이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따라 하기에 지혜롭지 못하고 우둔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농사를 따라하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십자가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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