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짐, 이번 이야기는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음)한해는 우리 마을에 반달곰이 세 번이나 내려와서 소동을 부리는 바람에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반달곰의 첫 방문지는 가리점 외딴집 두루묵댁 할머니 집이었다.  그날은 할머니가 방안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마당에 개가 갑자기 미친 듯이 짖어대더란다. 이 이야기는 내가 지난달에 낸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농부의 귀촌이야기>라는 책에 실려 있어 올려본다. “요즘 곰 때문에 조마조마합니다. 이 깊고 넓은 지리산 골짝에 곰이 오데 갈 데가 없어서 우리 집까지 내려올까 했는데 TV에서나 보던 곰이 이집 저집 마실 다니면서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봄엔 국립공원 직원이 찾아와서 혹시 곰이 방문하면 연락달라고 하기에 즐겁게 웃으며 ‘그러지요~’했네요. 결코 즐거워 할일도 웃을 일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며칠 전엔 두루묵댁 할머니 집에 곰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토종꿀을 세통 먹고 감나무 고목에 발톱으로 벅벅 긁어 영수증을 써 놓고 갔다합니다. 곰이 영역표시를 했다는 거지요. 근데 감나무 바로 옆엔 개집도 있고, 벌통은 개집 바로 옆에 있었네요. 두루묵댁 할머니는 집안에 있어서 곰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해거름에 순딩이가 갑자기 미친 듯이 짖더랍니다. 그래서 짖나보다 했는데, 이내 잠잠해 지길래 또 고만 짖나보다 했다네요. 나중에 보니 벌통 세 개가 굴러다니고 감나무 고목에 곰이 긁은 흔적이 깊게 파져 있더랍니다. 그 자국을 보니 오싹하네요. 그러니까 처음엔 순딩이가 벌통을 지키기 위해 곰에게 미친 듯이 짖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곰이 경고를 씹고 다가오자 모종의 합의를 본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닌 걸로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한 순딩이의 사과가 선행 되었을 테고 이어 ‘친구신청-수락-감사인사-신변보장 각서전달’ 뭐 이런 일들이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개집 바로 옆에 벌통이 굴러다니는데 순딩이도 개집도 멀쩡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곰이 오늘은 박털보네 집에 다녀갔다고 합니다. 박털보의 말에 의하면 대가리가 사람머리 다섯 배나 됨직한 곰이 뒷마당에 놓아둔 벌통을 들고 꿀을 줄줄 흘리며 파먹고 있다가 뒷간에 똥 누러 가던 자기에게 대여섯 걸음 거리에서 딱 걸렸답니다. 당황해서 머리가 멍해지고 정말 똥이 더 마려웠다네요.‘어이쿠~ 저 도둑놈이 내 꿀을 훔쳐 먹네. 아이코 내 꿀, 우짜지 우짜지 우짜지?’꿀을 돌려달라고 하면 곰이 화낼 거 같아 원만한 해결책을 찾느라 박털보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네요. 다급해서 ‘도둑이야!’하고 소리칠까도 생각했다 합니다. 그리고 ‘그렇지! 사진을 찍어두자. 그래 국립공원에 손해배상 청구해야지!’하고 카메라를 가지러 집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곰이 안보이더라네요. ‘어디 갔어? 사진 찍고 가야지.’ 짐작컨대 곰도 박털보를 보고 많이 당황했을 겁니다. 박털보도 한 덩치 하고 얼굴에 무성한 털과 부리부리한 눈매가 자기랑 같은 과인 것처럼 보여 여간 만만치 않거든요. 박털보가 머리 굴리는 동안 곰도 아마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을 겁니다. 그런데 박털보가 등을 돌리자 곰이먹던 꿀통을 내팽개치고 줄행랑을 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하략)출처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 농부의 귀촌이야기’ 도서출판 맑은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