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운전하고 다니다보면 부쩍 눈에 띄는 현수막들이 있다. ‘졸음운전, 자살운전, 살인운전’이라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글귀를 도로공사에서 붙여놓은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임을 상기시키는 현수막들이다. 옛사람들은 이즈음을 여월(余月), 건월(乾月), 시하(始夏), 유하(維夏), 괴하(槐夏), 맥추(麥秋), 중려(仲呂), 맹하(孟夏), 초하(初夏), 정양(正陽)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이때는 농사일이 바빠짐은 물론이고 자연의 변화가 무쌍하여 그를 일컫는 다양함이 위에 열거한 여러 이름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자연의 변화가 무쌍하다는 말은 성장이 왕성하고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간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농촌에서는 ‘오뉴월 하루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며 농사일을 재촉하기도 하였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몸은 몰려오는 졸음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이래저래 힘든 때이다. 이봄에 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에서 우리의 몸은 채 벗어나지 못했으나 하루하루 바쁜 일상은 계속 이어지니 우리의 몸에는 노폐물이 쌓여가고 지칠 대로 지쳐만 간다. 이럴 땐 그 어떤 좋은 약보다도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빼내고 지친 몸을 일으키는 음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앞산에 산벚꽃이나 살구꽃, 돌복숭아꽃들이 지리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연둣빛의 향연이 끝나갈 무렵이면 가는 봄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나물샤브샤브를 해먹는 잔치를 벌인다. 샤브샤브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물을 잘 만들어야 한다. 맹물을 끓이면서 샤브샤브를 해먹어도 나쁘지 않지만 너무 맛이 진하지 않은 적당한 농도의 국물을 만들어 해먹으면 더 좋기 때문이다. 국물 내는 재료로는 다시마 몇 조각, 표고버섯 몇 조각, 대파 한 뿌리, 양파에 겨우내 잘 먹던 귤껍질을 말려 둔 것 몇 조각이면 충분하다. 귤껍질이 우러난 엷은 노란빛깔의 국물이 만들어지면 식탁에 올려 직접 끓이면서 갖은 향채와 버섯류, 얇게 썬 돼지고기를 넣어 살짝 익혀 입 안에 넣으면 봄을 온전하게 먹는 느낌이 든다. 이때 쓰는 돼지고기는 우리가 늘 즐겨먹는 삼겹살이나 목살 같이 지방이 너무 많은 것보다는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이 더 좋다. 짧은 시간에 부드럽게 익혀먹어야 하므로 돼지고기는 가능하면 얇게 썬 것일수록 더 좋다. 샤브샤브에서 빠지면 안 되는 미나리는 초파일을 전후로 살이 통통하게 올라 향과 맛이 가장 좋아 입맛을 돋게 하며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며, 칼슘과 칼륨이 많이 들어있고 면역세포를 증가시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폐와 간을 이롭게 하여 특히 봄에 좋은 미나리는 서늘한 성질로 몸의 불필요한 열을 내려주고 수분대사를 순조롭게 하며 해독작용과 지혈작용을 한다. 정유향을 가지고 있어 식욕을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뇌를 튼튼하게 하고 각성시키는 작용을 하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혈압을 내리고 혈관을 보하는 작용을 하므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고지혈증, 당뇨 환자들에게도 좋은 재료이다.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효과가 뛰어난 각종 버섯류를 돼지고기나 미나리와 함께 먹으면 겨울 동안 몸 안에 쌓였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몰아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맑고 깨끗한 기운으로 춘곤증을 몰아내고 보신장양(補身將養)하면서 다가오는 여름을 더욱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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