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17일, 히말라야 네팔에서 한남마을로 시집온 새댁(본인)이 바라본 우리동네 이야기. 한남마을로 시집온 지도 어느덧 횟수로 7년이 되었네요.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그 말이 딱 저의 삶을 두고 하는 말인 듯 느껴집니다. 처음엔 네팔띠기였는데... 이젠 한남띠기가 되었네요. ‘우짜다가 이리 됫시꼬~!’ 동네 이장님이 작년에 택호(택호비로 5만원 드렸음)를 지어 주셨거든요. 한남, 저의 남편은 이곳 한남이 명당터라고 한답니다. 왜냐구요? 남향에~ 동내 앞엔 굽이굽이 강이 흐르고~ 앞이 훤히 트여 있구요.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포근하게 동내를 감싸 주고요. 그리고 겨울, 눈이 아무리 내려도 쌓여있질 않고 따뜻한 햇살에 녹거든요. 가을이면 황금 들녘이 동네 앞을 출렁이고~ 강에선 피래미 다슬기 맑은 물을 시샘하듯 노닐구요. 휘돌아 내려오는 지리산의 맑은 강줄기 너머 새우섬엔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발하고요. 무엇보다 이곳은 한남이라는 마을 지명이 말해주듯 세종대왕 12번째 왕자 한남군께서 살던 마을이거든요. 옛날 임금님이 왕자를 귀향 보낼 때는 풍수가를 보내어 자세히 살핀 후 살만한 곳임을 확인 후 보냈다고 동네 어르신들이 말씀하셨어요. 아랫마을 돌에 새겨진 김종직 선생의 이야기인데요. 김종직 선생께서는 점필재문집에서도 이곳을 지나시며 과히 선비가 살만한 곳, 머물만한 곳이라고 하였다지요. 휴천(실휴, 내천)면이라는 이름 또한 의미가 있어 보이구요. 그러한 한남마을! 네팔에서 시집온 한남띠기 7년차 주부가 바라본 한남마을 풍경~ 지금은 어떻게 보일까요? 다섯살박이 남자아이와 이제 갓 태어난 11일차 여자아이 둘째의 엄마이기도 한 한남띠기. 한남마을은 여느 시골 마을과 같이 넘쳐나는 강물처럼 넉넉한 인심이 넘쳐 흐른답니다. 마을회관에서는 각자의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반찬으로 점심과 저녁을 오순도순 나눠 드시는 모습이 잔칫집처럼 행복해보이구요. 풍족한 먹거리~ 따뜻한 온돌방~ 깨끗한 주거공간~ 무한정 공급되는 전기~ 가난하고 배고픈 어떤 이들에겐 꿈같은 이야기, 천국 같은 모습이죠. 지금도 저의 고향 네팔은 시간마다 끊어지는 전기, 불편한 교통, 열악한 의료, 부족한 먹거리와 일자리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답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렇게 풍족한데도 어쩌면 마음은 저의 고향분들보다 가난해 보일 때도 있더라구요. 농사일에 얼굴이 새까매지고 고된 노동에 허리가 아파도 열심히 그렇게 7년 동안 살아온 제2의 고향 한남마을~ 고향 부모님 생각하면 이보다 더한 힘겨움도 이겨낼 것 같아요. 89세 된 홀시아버지, 삼시세끼 밥상 차려 아버님 무릎 앞에 드려 드나든 횟수가 7년을 곱하여 하루 3회씩 계산하면 몇 번인지 쉽게 계산이 안 되는 세월. 요강단지 냄새난다고 속앓이로 표정 감추던 햇병아리 초짜주부 시절의 철부지 기억들, 동내 할머니들이 애쓴다고 잘한다고 칭찬해주시고 머리 쓰다듬어주시고 힘들 때 보듬어 안아주시던 친엄마같은 느낌의 세월들, 하나 믿는 남편이 사회활동으로 집밖으로 가정에 소홀하면 기댈 곳 없이 서운하여 혼자가 되어 흘러가는 강물 바라보며 고향 그리며 눈물 흘렸던 세월들... 그런 수많은 기억과 깨우침을 준 내가 사는 이곳 한남마을! 이제는 한남마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땐 네팔의 산악지대 고향 같아서 싫었는데 어느덧 정이 들었나봐요. 출렁이는 강물에 남편과 아이와 함께 래프팅도 타보고 봄이면 동네 여행길에 동참하여 관광버스 안에서 할머니들과 관광버스춤도 춰보고, 집 뒤의 대나무를 이용한 대나무 공예를 만들어 짭짤한 수입도 올리고, 아~ 수입 하니까 저희집은 봄엔 고사리, 여름엔 옥수수, 가을엔 밤, 겨울엔 곶감과 감말랭이를 생산하고 모든 농산물은 소비자 직거래로 전부 판매한답니다. 습한 기운이 피해서 가고, 아늑하고 맑은 공기 속에 곶감과 감말랭이 농사가 잘되는 마을이지요. 수입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먹거리와 당장의 곤고함은 없는 생활 속에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먹거리도 나누고 일도 함께 하면서 오순도순 그렇게 한남마을에 정착해 나가고 있답니다. 한남띠기 택호가 마음에 드네요. 택호 지어주신 이장님 감사합니다. 네팔새댁을 반겨주시고 보듬어주시는 한남마을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회엔 한남띠기의 정착과정 네팔문화를 함께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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