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듯 지역사회(커뮤니티:Community)를 모체로 한 ‘마을 만들기’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이들을 통칭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열기가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사회를 단순한 생활 터전의 개념으로 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사회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적인 조직체의 일부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공동체(커뮤니티)’를 기업으로 인식하고 거기에 참여해 얻어낸 이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분배하는 것, 생활공동체가 주인이 되는 지역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보다는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가 더욱 친숙하게 사용되고 있어 이후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려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이 사회적 경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상과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또한 이들 사업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대전사무소는 3월25일부터 27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전국의 지역일간지와 지역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강원도 원주와 강릉, 횡성, 춘천지역 현장을 둘러보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현장연수를 실시했다. 강원도 단위에서부터 지자체까지 광범위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마을기업, 예비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의 현장 전문가들의 실무경험담과 현장탐방을 통해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동네방네협동조합·굽박스
연수 3일째. ‘커뮤니티 비즈니스’ 현장 연수 3일째는 춘천지역 사회적 경제 현장을 탐방했다. 도심 공동화로 인해 각종 사회 경제적 문제가 발생했던 여관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변모시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동네방네협동조합’. 그리고 지역의 사회적 경제 영역 기업이나 소상공인, 유기농 농장 등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시켜 주는 카페 ‘쿱박스’를 소개하려 한다.
지역과 동행을 꿈꾸는 청년들춘천시 동네방네협동조합 춘천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로 한해 10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도시지만 특정 관광지로의 쏠림 현상과 관광수입의 불평등 등 이에 따른 소외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원도심의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상권이 붕괴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까지 수반되면서 관광도시 춘천의 사회적 문제로 발전했다.
춘천시 근화동. 예전 버스터미널이 있던 이곳은 한때 번영을 구가하던 도심지역이다. 교통의 중심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이곳에는 여관과 여인숙 등 숙박시설과 가게와 술집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즐비했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옛 영광을 뒤로한 채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이들이 원도심인 이곳 근화동을 떠났지만 30여 곳의 여관과 여인숙은 떠나지 못하고 여전히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원도심 재생, 특히 사회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는 근화동의 여관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5명의 대학 선후배들이 모였다. 이들이 모인 ‘동네방네 협동조합(대표 조한솔)은 지역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젊은이들이 모여 머리고 맞대고 지역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원도심에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찾는 이 없는 허름한 여관 ‘비선여인숙’을 리모델링해 ‘봄엔’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다. 지난 2014년 3월의 이야기다. 조한솔 대표는 “게스트하우스의 목표는 원도심 활성화입니다. 이곳은 사람이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터미널이 이전하고 어느새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변했죠.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바꾸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봄엔 게스트 하우스의 목표를 명확하게 말했다.
봄엔 게스트하우스에는 여인숙 시절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숙소로 올라가는 좁고 어두컴컴한 계단 입구에는 ‘비선여인숙’이라 쓰인 옛 간판이 걸려 있고 아직도 손님을 맞던 좁은 안내데스크도 그대로다. 하지만 좁은 입구가 끝나면 또 다른 세상이 맞는다. 깔끔하게 펼쳐진 거실과 주방, 그리고 조금은 좁은 듯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침구 등이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조 대표는 “건물의 내부 설계에서부터 벽돌 한 장까지 리모델링은 우리 손으로 모두 해결했습니다. 오픈 이후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약 7개월간 2000여명의 투숙객이 다녀가는 등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었다. 조한솔 대표는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없지만 2호점과 3호점을 내어 지역을 살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봄엔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특별한 지역 커뮤니티 ‘봄엔 상품권’도 활용한다.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숙박료 2만원 중 3000원을 상품권으로 전달, 투숙객들이 인근의 상가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봄엔에서는 9개 상점과 제휴를 맺고 있다. 사회적 기업 ‘동네방네 협동조합’은 처음부터 봄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춘천지역 내에서 여행 관련 활동부터 시작됐다. 춘천의 특정지역, 남이섬이나 춘천호 등에 한정된 관광자원 이외의 관광 상품을 찾아 원도심 투어와 시장 투어 등 공정여행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중앙시장 내 ‘궁금한 이층집’이라는 복합 커뮤니티 까페를 운영한다. 궁금한 이층집은 중앙시장 내 방치된 2층 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오픈했으며, 시장상인은 물론 손님과 여행자 등이 찾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협동으로 지역 고민 풀어간다지역커뮤니티 카페 ‘쿱박스’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에 문을 연 커뮤니티 카페 ‘쿱박스(COOP-BOX)’. 가게를 들어서면 여느 커피전문점과 같이 음료를 만들어 내는 주방과 카운터, 30여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여기저기 놓인 테이블, 그리고 벽면을 가득 메운 책장이 눈에 들어온다. 유심히 살펴보면 조금은 의아하다. 책들이 꽂혀 있어야할 책장에는 된장이며 간장, 건강식품, 도자기 등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이곳 쿱박스는 지역의 소상공인과 사회적기업, 유기농 농장 등을 연결시켜 주는 곳이다. 지난 2014년 9월16일 문을 연 ‘쿱박스’는 사회적기업 ㈜이장, 예비사회적 기업 ㈜소박한풍경, 춘천생활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Cooperation(협동)과 Box(공간)의 합성어인 ‘쿱박스(COOP-BOX)’는 매장 내 총 100여개의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상자를 마련해 춘천 지역의 사회적 경제기업, 1인 창작활동 예술가, 유기농 먹거리 제공업체들이 상자를 분양받아 전시·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각 상자 하나가 하나의 기업인 셈이다.
소박한 풍경의 지은진 대표는 “작은 조직에서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까지 한꺼번에 하기는 힘들어 3~4년 전부터 고민을 하다 쿱박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지역의 소상공인들과 사회적기업, 그리고 유기농 농장 등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생산은 가능하지만 제품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은 물론 유통과 판매망을 갖추기에는 너무나 힘든 형편이다. 지 대표는 “강원도의 사회적 경제라는 열악한 구조 속에서 판로를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활로를 뚫을 수 있게 만든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쿱박스는 카페이면서 ‘맛있고 즐거운 활동이 결합된 따뜻한 공간’을 지향한다. 그래서 좋은 먹거리인 공정무역커피와 유기농차, 우리밀빵, 생협 재료를 이용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 강원도 내 사회적경제 제품들과 핸드메이드 제품, 책과 화분 등 지역기업 제품 등의 전시와 판매는 물론 기업 단체의 홍보도 함께 한다. 아울러 이곳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강좌를 운영해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은진 대표는 “판매자들이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 특판 등 판매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다양한 기획전을 운영할 것”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쿱박스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입점자는 월 2만원 이상의 사용료와 함께 판매금액의 20%를 수수료로 내고 물건을 전시·판매할 수 있다. 따로 매장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의 사회적 경제영역 기업이나 지역소상공인, 유기농 농장 등에서 물품 판로와 소개 공간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참여한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한다. 쇼핑몰(www.coop-box.com)을 비롯해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와 쇼핑몰을 이용한 마케팅에서부터 자체 기획전은 물론 지역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통한 기획 판매전도 갖는다. 아울러 춘천지역 협동조합들과 연계한 재미난 장터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쿱박스의 가장 큰 특징은 네트워크와 협동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민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디자인과 마케팅, 교육 컨설팅을 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주)소박한 풍경, 컨설팅과 건축 등을 하는 사회적 기업인 (주)이장, 그리고 춘천지역의 소비자 협동조합인 춘천생활협동조합이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보완하며 지역 네트워크를 이끄는 것이다. 지은진 대표는 “일반 카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적으로 다가서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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