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홍준표 경남지사와 문재인 새정치연합대표가 만나 경남 학생들의 무상급식 지원에 대하여 조율하는 회동을 가졌다. 회동이 끝나고 기자들이 결과를 물었다. ‘마치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고 문재인 대표가 말했다. 반면에 홍지사는 ‘밥 먹으러 학교 가는 것이 아니다.’며 무상급식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천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나와서 벽하고 이야기했다고 하니 참 이상한 회동이었다.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는 옛말이 있다. ‘쇠귀에 경 읽기’라는 뜻으로,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음을 말한다로 이해해도 좋을까? 경남에서는 4월부터 학교에서의 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 이에 일선 학교마다 점심식사를 놓고 대 혼란이 왔다. 전국에서 경남의 학생들만이 돈을 내고 밥을 먹거나 돈을 내지 못하면 굶거나하는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어느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솥단지를 들고 나와 밥을 해서 급식을 하기에 이른다. 진주의 어느 학교에서는 보다 못한 인근 주지 스님이 학생들의 밥을 1년간 무상급식으로 지원하겠다고 학교장에게 약속했다. 이제는 학생들의 밥 문제를 가지고 유상이니 무상이니 왈가왈부 할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함양 초중고 학교 정문 마다 플래카드가 걸렸다. ‘학교급식도 의무교육이다.’ ‘먹는 밥그릇 가지고 정치놀음하지 말라.’ ‘학교급식은 공짜가 아니라 권리다’ 함양의 학부모들이 마침내 뿔을 세운 것 같다. 함양뿐만이 아니라 경남도 일원 모두에서 학부모들이 불같이 일어나 무상급식 중단사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활화산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어느 지역에서는 홍지사에 대하여 주민소환제를 실시하여 투표로 결판을 내야 한다고까지 했다. 더욱이 그 시점에 홍지사가 외국에 나가 골프를 치고 돌아온 일이 보도되어 기름에 물을 부은 듯 학부모들의 반발이 더욱 심해졌다. 홍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함으로서 책정된 예산 643억원을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서 학습비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학생들이 점심 때 먹어야 하는 무상급식비를 중단하여 저소득층의 학습비 지원으로 쓰겠다고 하는 것은 쓰임새의 격이 맞지 않는다.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가지고 차별을 두고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구는 돈을 냈으니 먹고 누구는 돈을 내지 못했으니 먹지 못하고 누구는 저소득층이니 그냥 먹고 이런 식의 차별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루어 의무교육의 아이들에게 무상급식 한 끼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무분별하게 쓰여 지는 이상한 세금을 찾아내 줄이거나 없애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밥 한 끼 주자는 것에 왈가왈부 할게 없다. 가진 자의 편에서 평등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없는 자의 편에서 바라보는 평등의 눈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만이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있다. 진주 의료원의 폐쇄와 같은 보편적 복지의 몰락을 또 겪는 것 같아 마음이 시리다. ‘소를 마주하고 거문고를 탄다’는 내용의 대우탄금(對牛彈琴)은 계속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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