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봄이 오는 소리가 마치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봄을 맞이하는 그 신비로운 감정을 봄 처녀에 비유한 시인도 있다. 정말로 들판에 서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바라보고 한창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노라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어떤 기운이 몰려옴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봄 처녀가 저만치에서 사뿐사뿐 걸어오는 것 같다. 새 풀 옷을 입고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을 신고 말이다. 꽃다발 한 아름 가슴에 안고 너무나 정겹게 다가오는 것이다. 잠시라도 숨 가쁜 일상에서 벗어나 봄 향기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이 아니겠으며 창조주가 우리 인간들에게 주신 참으로 값진 선물이라 생각한다. 참으로 아름답고 묘하다. 우리가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준비하여 선물하듯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최고의 것을 주시면서 자신의 사랑을 들리지 않지만 보이는 소리로 나타내고 계신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들판에 누워서만 지낼 수 없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살이와 마주하게 된다. 4월이 되니까 시골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지역은 사과가 주요 농작물이기 때문에 사과나무를 심느라 온 들판이 들썩이고 있다. 중장비를 동원해서 논밭을 정리하고 쇠파이프를 지주대로 세우고 사과나무를 심고, 또 나무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는 작업이 한창이다. 과수를 재배하지 않는 농가도 여러 가지 준비하는 일들로 부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해마다 나이가 들어서 일이 더 힘겹다 하시면서도 안할 수도 없다며 연로하신 몸을 그야말로 짊어지고 고된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안쓰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수고하십니다. 어르신” 인사만 건네어도 반가워하시며 고마워하신다. 조금만 옆에서 거들어 주면 사양하시면서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관심이며 사랑의 힘이다.
저의 시골 빈 집에 작년 10월부터 들어와서 사는 한 가정이 있다. 그 집에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어느 날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병아리를 한 마리 사 가지고 왔다. 요즈음은 시골에도 친구가 없기 때문에 친구삼아 동생삼아 놀기 위해서 사 온 것이다. 말은 못했지만 속으로 아마 저 병아리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 병아리는 지금 건강하게 자라서 튼튼한 수탁이 되어 있다. 얼마 전에 닭이 다리를 조금 전다며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는 말을 들고 속으로 웃었다. 닭 한 마리 키우다가 이상이 있으면 잡아서 몸보신 하면 되지 그 닭을 데리고 병원에까지 갈 생각을 다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몇 일후 기어코 그 닭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고 돌아왔다. 지금 그 닭은 수탁의 위용을 가지고 살고 있다. 한 번씩 생각해 본다. 그 닭이 지금까지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주인의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그러면서 옛날에 보았던 글귀가 생각난다.“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사랑은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조그마한 사랑을 목말라하는 대상들이 가득하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우리가 가진 사랑을 베푼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훈훈하고 따뜻하며 봄과 같은 생동감 넘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봄이 오는 길목에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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