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하늘 아래의 큰 ‘근본’이라며 더 높게 받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려 경제화 세계화의 물결을 탄 지금은 어떠한가. 농업 종사자들은 과연 이 세상의 근본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농민의 위상을 얘기한다면, 산업화의 그늘에서 핍박받는 사회적 약자가 아닐까 싶다. 온 국민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소중한 일을 하면서도 규모의 경제에 밀려 언제나 손해를 감수하며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이 농업, 농민들의 현실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농민단체인 함양군농민회 최길현 회장의 취임 소식을 전해 들었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최 회장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함양군농민회에 걸맞은 농민회의 위상을 높여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내 비치는 최길현 회장. 농민회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그가 살아온 길을 조금은 엿보기로 했다. 함양읍 인당마을에서 배 과수원 1500평과 논농사 15마지기, 그리고 밭농사 1500평에 직접 농사를 짓는 최 회장은 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중학교 37회 졸업생이다. 그는 부산에서 회사를 다니다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생활한 것도 20년이 넘었다. 최 회장은 “부산에서 살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잦은 술자리 등으로 몸무게가 90kg이 넘었으며, 간도 상당히 좋지 않았었지요. 고향에서 좋은 사람들과 맑은 공기, 농사를 지으며 지금은 60kg대를 유지하며 건강을 모두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동안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며, 인당마을 이장만도 9년을 넘게 했을 정도로 마을에서는 알아주는 일꾼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농민회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물으니 “앞서 농민회가 정치적인 쪽으로 노선이 향하다보니 많이 와해된 것이 사실”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친 최 회장. 10여 년 전 함양군농민회가 크게 활동하던 당시에 비해 현재의 농민회는 규모 등에서 상당히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농민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로 인해 많은 회원들이 돌아서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그는 “앞으로 농민을 위한, 농업을 위한 정책에는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함양군농민회 회원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이 곧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진보적이다 보니 새로운 회원 영입이 어려웠습니다. 일부에서는 ‘빨갱이’라고도 하니까요. 이 같은 인식을 벗기 위해서는 ‘나서는 진보’보다는 내실을 굳히는 농민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전농과 부경연맹에서 하는 일에는 적극 동참하면서 함양군 농민회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최 회장의 목표다. 그는 “어느 단체든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보수강성, 진보강성, 중간층, 구경하는 회원 등 여러 계층이 모여 조직이 안정되어 가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길현 회장은 ‘1+1 운동’을 목표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회원 한명이 한명의 회원을 모시고 오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농민회의 규모를 키워 나갈 예정이다.
농민회에서 주력으로 하는 ‘학생 농활’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회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도 농활입니다. 바쁜 농사철 직접 찾아와 농사일을 돕는 학생들로 인해 회원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경상대 학생들이 5월께 오기로 하는 등 2~3회 농활을 실시할 예정이며, 방학을 맞아 5년째 함양에서 농활을 진행하는 부산대 학생들도 여전히 함양을 찾을 전망이다. 최 회장은 “학생들이 와서 농촌에 절대 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이 농활을 하고 나면 회원으로 들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마을 이장과 농민회 회장까지 다양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최길현 회장. 바쁜 와중에도 그는 농민의 가장 근본이 되는 농업을 등한시하지 않는다. 최 회장은 “농산물 가격이 똥값이 되더라도 일단 우리의 목적은 농사를 제대로 짓는 것입니다. 농사를 잘 지어 놓고 가격이 안 좋으면 어디 가서 우는 소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면 활동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기 농사도 이상하게 지으면서 활동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나 한 사람으로 인해 농민회 전체가 욕을 먹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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