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을 찾아온 백여 명의 음악 거장들. 쇼팽과 베토벤, 모차르트 등 백여 명의 거장들이 이제 갓 피아노에 입문한 아이들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다. 거장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원생들은 저도 모르게 피아노 실력이 쑥쑥 오른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음악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곳 함양읍 ‘전원 피아노 학원’. 학원에 들어서면 벽면 빼곡히 유명 작곡가를 비롯한 음악가들이 눈길을 준다. 하얀 도화지 위에 연필을 이용해 그려진 음악의 거장들. 거장들의 소묘 초상화(portrait)들을 보면 마치 미술학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학원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한 작품들은 ‘그림 그리는 피아노 선생님’ 이정순 원장이 직접 그린 것들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3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단순 취미로 시작한 그리기가 이제는 학원 벽면에 가득 담겼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이 취미로 시작한 그림 그리기는 이제 전문가적 수준이다. 작품 수도 100여점이 넘었다.
“아이들에게 단순하게 말로 음악가들을 설명하는 것 보다 제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하면 아이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 취미에서 시작한 소묘 작품들은 이제 학원을 찾는 학생들을 위한 훌륭한 학습 교재로도 사용된다. 아이들도 피아노를 치며 거장들을 닮아 간다. 수백 명 그녀가 가르친 아이들은 저마다 꿈을 찾아 음악 선생님으로, 피아노 선생님이 되었다.
이정순 원장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130점을 넘어섰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손에 쥔 연필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이정순 원장. 도화지가 없어도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주변에 흩어진 아무 종이에나 그리기도 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3~4시간이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줄어 작은 그림은 3~4시간이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며칠이 걸리는 작품들도 있지만요.” 이 원장의 작품들은 오래 전 소장하고 있는 ‘음악 대사전’ 등에 실려 있는 사진들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연필이 한번 지나가면 사람의 형상이 만들어지고, 조금 더 지나면 이목구비가 드러난다. 장난처럼 그려진 작품이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그녀의 혼이 깃들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이 전공이었던 이정순 원장은 부전공으로 피아노를 배웠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자유분방하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의 성격으로 인해 유치원을 그만두고 돌연 피아노 학원을 차렸다. 그것이 30년 전이다. “저에게는 다양한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전공은 피아노나 미술이 아니라 유아교육으로 현재는 피아노가 주업이며, 미술은 취미생활로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십 년 그렇게 취미생활로 만들어진 이정순 원장의 작품들은 지난해 진주에서 ‘제1회 이정순 개인 소묘전’을 열기도 했다. 어엿한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개인전 당시에는 몰랐는데 마치고 나니 조금 더 좋은 작품들로 다가서지 못한 것이 후회도 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녀는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 있지 않지만 함양에서의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이 원장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2년 정도 더 준비해 저의 작품을 함양 분들에게 보여 줄 계획입니다.”라며 꿈을 이야기했다.
이 원장에게는 또 다른 꿈도 가지고 있다. 어린이 교육과를 전공한 그의 큰딸과 함께 지역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영어 유치원’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아직은 여건이 되지 않아 꿈으로 남아 있지만 언젠가 환한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미소와 함께 어린 아이들의 꿈도 영글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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