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새로운 꽃을 만들어 내는 장인(匠人) 김주호 써니팜 대표를 만났다. 최근 김주호(63) 대표는 화제의 인물로 올라섰다.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신품종 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화려한 꽃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주호 대표도 수십 년의 노력 끝에 세상에 내 놓을 수 있었으며 지난 1월말 국립종자원으로부터 품종보호권 등록증을 교부받았다. 흔히 보로니아는 분홍색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번에 김주호 대표가 세상에 선보인 보로니아는 붉은색으로 강렬함을 남긴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가 만든 꽃 ‘레드썬’과 ‘핑크나비’. 강렬한 붉은색의 레드썬은 자신의 이름으로, 그리고 분홍색 앙증맞은 꽃이 활짝 피어나는 핑크나비는 묵묵하게 뒷받침 해 준 아내 이명순(58)씨의 이름으로 등록했다.
30여 년 간 다양한 꽃을 가꾸고, 이를 일반 농가에 분양하는 일을 해 오던 그는 10년 전 보로니아가 자라기에 최적지인 함양 서상에 터를 잡았다. 현재는 3곳의 분산된 2400평 규모의 농장에서 보로니아를 비롯해 다양한 꽃들이 자란다.
“보로니아는 호주산으로 90여종이 있으며 현재 유통되는 것은 30여 가지입니다. 제가 이번에 내놓은 것은 빨간색의 보로니아로 만드는데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10여년 전 국내에 선을 보인 보로니아는 꽃의 색이나 향기 등으로 인해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역 농가들이 앞 다퉈 보로니아를 심으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자연스럽게 질도 떨어졌다. 금방 시들고 색도 곱지 않아지자 보로니아를 찾는 이들이 줄어들고 인기도 시들해졌다. “많은 농가들이 보로니아를 재배하다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지 않고 서로 경쟁적으로 출하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품질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는 보로니아의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오랜 노력 끝에 개발에 성공했던 신품종의 보급을 결심했다. ‘보로니아는 핑크색’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붉은색 보로니아, 여기에 거치지 않고 오래도록 싱그러운 향이 전해지는 보로니아로 승부를 걸었다.
신품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보낸 김 대표는 이번 등록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됐다. 품종보호권은 종자산업법에 의하여 품종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부여되는 권리로, 일단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권자로 등록되면 향후 20여 년 간 각종 상업적 이용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신품종 개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돈은 현재 부족하지 않을 만큼 벌고 있습니다. 함양 농가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보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에 신품종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혼자만의 성공을 바라지 않았다. 서상에 터를 잡은 이후 주변 농가들을 설득해 꽃을 재배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자비를 들여 농가들과 함께 일본의 선진 화훼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이것에 그치지 않고 일본에서 가져온 종묘 등을 아낌없이 주변 농가에 보급했다. 함양에서 보로니아가 전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그가 아낌없이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다. 이미 일본에서는 천연 스트레스 해소 식물로 먹는 차는 물론 방향제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레몬 머틀’을 오래 전부터 들여와 공을 들여온 그는 상품화도 시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는 오직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연구소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이 연구소에서 ‘빨간 개나리’ ‘빨간 진달래’ 등 그의 머릿속에서만 살아 있는 꽃들을 끄집어 낼 계획이다. 김주호 대표는 “현재는 치열한 종자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 어느 나라도 가지지 못한 고유의 종자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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