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문헌에 의하면 김장은 겨울농사고 장 담그기는 일 년 농사라 했다. 장 담그기를 일 년 농사라 말한 이유를 <증보산림경제>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장은 모든 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은들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 설혹 시골에 사는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없다하더라도 여러 가지 좋은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 가장은 모름지기 장 담그기에 신경을 쓰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증보산림경제> 中 장을 일 년 농사로 생각하고 한 집안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하므로 장을 담글 때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정성을 다해 임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금기 사항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요즘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심하려는 마음에서 생긴 것이라 이해가 된다. 전해오는 장 담글 때의 금기 중에는 장을 담그는 사람은 사흘간 부정을 타거나 외출을 하면 안 된다.장을 담그는 사람은 가축을 꾸짖어서는 안 된다. 장을 담그는 사람이 생리기간에는 장 담그기를 피했다. 장을 담그는 동안은 부부가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장을 담그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 신씨 성을 가진 사람은 장을 담가서는 안 된다. 등 다양한 내용들이 있는데 이 모두가 장맛을 좋게 하려는 기원에서 생겨난 것이라 하겠다. 여러 가지 설들이 있지만 장을 담그는데 메주와 소금물 외에 들어가는 숯이나 대추, 고추에는 금기사항과는 정반대로 기원이 담겨 있다. 숯은 불순물을 흡수하는 힘이 있어 메주 속에 남아 있을 발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대추와 고추의 붉은색은 잡귀를 물리치는 기원을 담고 있다. 그런 기원은 더욱 확대되어 장항아리의 바깥에 금줄로 나타나기도 한다. 새끼를 꼬아 숯과 고추를 엮어 항아리의 배 근처를 감아 놓는 것을 금줄이라고 하는데 금줄과는 별개로 버선의 모양을 오려 거꾸로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금기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장은 익어가고 금줄 따위 쳐놓지 않아도 장맛은 좋기만 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장을 담그는데 금기는 없고 오로지 잘 뜬 메주와 소금물의 비율만이 장맛을 결정하는 요인임을 직접 장을 담가 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재미로 금줄을 치는 것까지 말릴 이유는 없지만 금줄이 장맛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금기를 따지다 장을 담그지 못하는 건 나에게 있어 재앙에 다름 아니다. 장 담그기는 라면 끓이는 것보다 쉽다. 장 담그기는 밥을 하는 일보다 쉽다. 그냥 옛 어른들이 해오시던 대로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과의 비율만 잘 맞추면 되는 일이다. 두려움을 떨치고 금기에 주눅 들지 말고 올해는 장을 담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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