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일주일가량 앞둔 2월12일 오전 5일장이 열린 함양중앙상설시장. 햇살은 비교적 따뜻해졌지만 찬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종종걸음으로 설 대목장을 보기 위한 무수한 사람들이 장을 찾았다. 장날은 설 대목을 노린 상인들과 제수용품 구입을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모처럼의 활기를 띄며 설 대목을 실감케 했다. 손님들은 보다 더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 이리저리 동선을 이어갔고, 상인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가게로 이끌고자 분주히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경기불황으로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설을 맞아 조금씩 회복되길 바라고 있었다. 시민들 역시 채소 등 가격이 오른 품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지만 명절에 대한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설 제수용품 중 빠질 수 없는 생선가게 앞에선 값을 깎으려는 손님과 상인 간의 한바탕 흥정이 벌어졌다.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정감어린 모습이었다. “추워죽겠는데 버스라도 타고 갈라믄 차비는 빼줘야지. 여러 개 샀다 아입니까.” “어무이, 그렇게 깎으면 남는 게 없어요. 다음에 깎아드릴 테니 이번 한 번만 봐주이소.” 옥신각신 가격을 놓고 상인과 씨름하던 한 할머니는 결국 천원을 깎는 것에 만족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상인은 “시장이 다 제값 받고 팔면 누가 여기에 오려고 하겠어요. 이게 다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데 기분 좋으면 깎아주고 해야지예.”라며 웃어보였다.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 같은 풍경은 곳곳에서 연출됐다. 채소가게, 어물전, 옷가게, 과일가게 모두가 설 대목을 맞아 옥신각신 하면서도 얼굴은 붉히지 않는 모습이 정이 느껴졌다. 대목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거래의 장터만은 아니었다. 오랜 지인들의 만남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와이리 안 보이노.” “요즘 우찌 지내노.” 설 대목장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장을 찾은 이들은 몸을 얼리는 추위 속에서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으며 훈훈한 정을 나눴다. 시장 인근의 떡방아간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방앗간에서는 연신 김을 뿜어내며 떡국 떡으로 사용될 가래떡을 뽑아냈다. 수북하게 그릇에 순번표가 부착되어 길게 줄지어 귀향을 서두르는 차량들을 연상케 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설 대목 장터는 오후까지 발길이 이어지며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둔 함양읍을 달궈 놓았다. 그러나 불황의 여파는 설 대목장이라고 비켜가지는 않았다. 역시 경제난으로 인해 군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 지면서 씀씀이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점포를 내어 생선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보는대로 사람은 많은데 장사는 전혀 되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그 실상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점포를 가진 이들에 비해 뜨내기 좌판을 벌이는 상인들이 오히려 더욱 많이 번다는 것이다. 함양지역 사람들이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이 함양 돈을 쓸어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좌판을 펼치는 사람들 말이 함양만큼 장사하기 편한데가 없다네요. 군이나 번영회에서 단속도 없고 좌판만 벌이면 장사가 되니 엄청나게 몰려든다”라며 단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근의 쌀강정을 만드는 곳 역시도 예년에 비해 절반밖에 팔리지 않는단다.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이 주 고객인데 주머니가 얕아지면서 쌈지돈을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 각지에서 고향 함양을 찾아오는 가족 친지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해 줄 생각에 추운 날씨에도 양손 가득 재료를 든 어머니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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