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밥을 먹으면서, 그렇게 많은 날들을 밥을 먹으면서 우리 스스로 밥 한 끼를 지을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로 사무실을 옮겼다. 옮기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같이 밥을 하고 직접 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도록 사무실과 주방의 기능이 섞인 공간을 만들었다. 언제나 문을 열어 놓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나는 이 공간의 이름을 ‘동네부엌’이라 부르고 있다. 동네부엌과 비슷한 의미로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매개로 소통하는 공간을 일컫는 커뮤니티키친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어휘도 생겨났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1인가구의 비율이 4인가구의 비율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것이 뭐 대수일까 싶지만 1인가구의 비율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식(買食)으로만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는다는 것은 그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게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역주민의 건강개선을 위해 식생활 개선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고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서나 치료보조의 수단으로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마을 단위나 공동체별로 생활습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건강식이나 치료식을 제공하는 커뮤니티키친이 운영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에게 건강하게 음식을 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조리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직접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농촌이나 산촌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독거노인이나 1인가구들의 한 끼 밥이 중요한 화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비단 독립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맞벌이부부 자녀들의 식사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마을마다 동네마다 커뮤니티키친 혹은 동네부엌이 있다면 음식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한편 의료비 등의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우리 마을에서는 몇몇의 어른들이 모여 원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밥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교육을 하자는 의논을 하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을 중심으로 밥, 국이나 찌개, 반찬 한 가지를 배우고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4주를 운영하는데 그 중 한 번은 그들 스스로 메뉴를 결정하여 부모님을 초대하는 마무리를 생각 중이다. 농촌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니 농번기에 들어가면 농부인 부모들 얼굴 보기도 어려운 시간들이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 밥과 반찬을 스스로 해먹을 수 있다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서로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밥 한 끼’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 마을의 동네부엌에서 새해를 맞아 시작한 첫 교육사업인 셈이다. 적은 수의 아이들이 참여했지만 교육을 했던 어른이나 배우러 온 아이들이나 모두 만족한 놀이 같은 교육이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밥 한 끼’는 시작에 불과하다. 아내가 외출하면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 하는 남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밥 한 끼’도 곧 해볼 생각이고 모여서 웃음을 반찬으로 나눌 여러 경우의 밥상들도 궁리 중이다. 지치고 힘들 때 밥 한 끼가 위안이 된다면 누구든 동네부엌으로 오면 되는 날을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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