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한참을 더 들어가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자와 결혼을 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 너무 배가 고파서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동무들이랑 바닷가에서 성게를 잡고 미역을 따서 성게알로 미역쌈을 먹으며 배를 불렸다고 했다. 요즘도 가끔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장난삼아 놀리면서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말라고 한다. 성게알 미역쌈은 고가의 일식을 먹을 수 있는 곳에나 가야 구경이 가능한 음식인데 그걸로 배를 불렸다는 이야기는 특히나 젊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라고. 그런 남편과 만나 살면서 나는 매일 매일의 밥상에 언제나 빼지 않고 생선 등 해산물을 올렸다. 그때는 지금처럼 대형마트가 있던 시절은 아니어서 동네마다 있는 시장의 생선가게를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들었다. 어제는 꽁치 두 토막이었으니 오늘은 갈치 두 토막, 내일은 고등어조림 식으로 날마다 생선을 굽거나 쪄서 올려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잘 먹어서 밥을 차리는 사람으로 늘 들떠 있었다. 구지 내가 두 토막을 강조하는 것은 갈치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처음으로 밥상을 차리던 날, 나는 살이 도톰한 갈치를 사다가 다음 끼니를 위해 남겨두고 두 식구 사는 집이니 딱 두 토막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웠다. 첫 살림을 하던 그 집은 연탄을 때던 부엌에서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야 하던 곳이어서 나는 국이 식기 전에 밥상을 먼저 들여놓고 부엌에서 숭늉을 만들어 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남편은 밥을 이미 다 먹고 숭늉이 들어가자 밥상을 물리며 숭늉그릇을 받아드는 것이었다. 물론 공을 들이며 노릇하게 구운 갈치접시는 가시만 남아 있었다. 그날 남편과 나는 크게 싸웠다. 어른들이 먹을 것 때문에 싸웠다고 하면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날의 그 참담한 마음은 가끔 생각나곤 한다. 그 싸움의 첫 번째 이유는 단 둘이 사는 집에서 부엌에 있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혼자 밥을 먹어버리는 무신경함이었고 두 번째는 갈치접시를 혼자 다 비운 그 무심함이었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밥상 앞에서 나를 기다려줌은 물론이고 밥상에 오른 생선을 혼자 다 먹는 일은 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그날 이후로 식구 수보다 많은 양의 생선을 상에 올리는 것은 잊지 않는다. 생선에도 제철이 있다. 갈치는 가을겨울이 제철이다. 갈치의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며 비위가 허약한 사람에게 좋으며 간을 보해주는 좋은 생선이다. 갈치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며 칼슘함량이 높아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다만 인산의 함유량이 많아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이 계절에 한창 단맛이 오른 늙은 호박이나 배추, 무, 대파 등과 같이 넣고 음식을 해먹으면 궁합이 최고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갈치의 비늘이 복통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벗겨내고 먹는 것이 좋다.  2015년의 새해가 밝는다. 결혼 30년을 맞는 새해에 나는 제주산 갈치를 한 마리 사다가 무와 대파를 넉넉하게 넣고 조림을 하며 지난 3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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