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를 처음 먹던 날을 기억한다. 나의 길지 않은 인생사에 햄이 들어온 날도 기억하나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던 날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의 첫 기억이 없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에 대한 추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통에 담아가지고 다니면서 팔던 아이스께끼를 빈병과 바꿔 먹던 기억도, 광고를 보고 사먹기 시작했던 하드라 불리던 것들에 대한 진한 추억도 넘치게 많이 가지고 있다. 그 모든 달콤한 추억들을 품고 있는 아이스크림은 긴 시간 나의 입맛을 붙잡고 간식이나 후식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쩌면 이제부터 아이스크림은 젤라또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이제 젤라또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오미자꿀리를 넣고 만든 오미자젤라또를 만났기 때문이다.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은 크게 지방의 함량, 공기에 의한 부피의 변화, 얼리고 보관하는 온도가 다르다. 아이스크림이 주로 크림으로 만들어지며 적어도 10%의 지방 함유량을 가져야 하는 반면에, 젤라또는 주로 우유로 만들므로 지방 함량이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적다. 아이스크림은 계란의 노른자를 필요로 하지만, 젤라또는 노른자를 훨씬 더 적게 사용하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 한 컵 사이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질감의 차이인데 휘젓는 기술적인 과정과, 섞여 들어간 공기의 양 때문이다. 공기가 들어가고 부피가 커지도록 빠르게 휘저어 만들어지는 아이스크림은 한결 가볍고 푹신하여 조금 녹으면 마치 거품을 먹는 것 같다. 하지만 젤라또는 천천히 젓기 때문에 밀도가 높아 입 안 가득 묵직하게 퍼지면서 마치 우유 같은 느낌이 난다. 아이스크림은 대략 -13도~-16도의 온도에서 냉동보관 되어 제공되고 젤라또는 지방과 공기를 적게 가지기 때문에 -9도~-12도의 온도에서 냉동보관 되어 제공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젤라또를 먹을 때 아이스크림처럼 일정한 모양이 유지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 혹은 식감은 아주 특별하다. 함양의 백전면에는 오미자 질 좋은 오미자 생산이 늘어 올해부터 오미자축제를 하기에 이르렀다. 백전면 뿐 아니라 북쪽 지리산의 구석구석은 공기가 맑고 토양이 좋을 뿐 아니라 일교차가 커서 오미자의 품질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이곳의 오미자를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칭찬 일색이다. 오미자의 생산에 유리한 지리산의 북쪽 한 마을에는 잡다한 제철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 최진용이 있다. 그녀는 어느 날 내게 전화를 하여 인증없이 유기재배한 오미자를 팔고 싶다고 했다. 삼청동에서 카카오봄이라는 수제초콜릿가게를 운영하는 고영주대표는 제철과일을 이용한 젤라또를 만들어 팔고 싶어라 했다. 좋은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부와 그 농산물을 이용해 맛있는 음식(간식이나 후식 포함)을 만드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저 이 두 사람을 연결만 했을 뿐인데 젤라또의 시장에 기록이 될 만한 걸작이 하나 나왔다. 아이스크림과는 달리 물성의 특성상 부재료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젤라또에 오미자가 더해진 건 참 기적 같은 일이다. 같은 붉은색이라 하더라도 체리나 딸기가 줄 수 없는 오미자만의 시고 떫고 달고 짜고 매운 다섯 가지 맛과 향이 젤라또를 입에 넣는 순간 고스란히 다 느껴진다. 지리산의 기운을 받고 자란 오미자를 삼청동에서 젤라또로 만난 후로 나는 오미자젤라또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고문을 당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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