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령음악회 ‘영화같은 내 인생’ 저녁 7시 30분, 사위가 어두운 서상초등학교에는 유독 체육관만이 환한 불을 밝혔다. 전등불 아래에는 아주머니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악보가 그려진 노트를 펼친다. 인근에서 꽃 농사를 짓는 아저씨가 두 손을 지휘자처럼 쳐들고 합창을 시작할 준비를 갖추라고 재촉하자 여기저기 기침 소리를 내며 목을 가다듬으며 어떠한 반주도 없이 시작된 합창은 박자와 높낮이도 뒤죽박죽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핀잔도 그렇다고 부끄러워 목소리를 죽이지도 않는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이들도 아닌 시골 아줌마들의 합창은 그렇게 1시간여가 흘러가자 잘 부르든 못 부르든 우렁찬 울림으로 전해진다. 이날 밤늦은 시간까지 목소리를 높인 주인공들은 서상어머니회. 어머니회는 오는 10월2일 음악회를 갖는다. ‘2014 육십령 음악회-영화같은 내 인생’이 음악회의 제목이다. 서상의 끝 육십령에서 한편의 장편 영화 같은 그들의 인생을 노래로 펼치는 공연. 난생 처음 남편과 자식과 이웃, 친척들이 보는 앞에 서는 그들은 아직까지는 부끄럼이 앞서지만 그동안 숨겨야만 했던 끼를 보여주기 위해 매일 늦은 밤 시간까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음악회에는 서상어머니회의 합창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백발이 성성한 농사꾼 아저씨는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색소폰을 꺼내 친척뻘 되는 또 한사람의 농사꾼과 함께 듀엣으로 영화 ‘미션’ 주제곡인 ‘넬라 판타지아’를 연습하고, 손녀뻘인 피아노학원 교사가 반주를 해주기로 했다. 서로 소리를 맞출만한 실력이 되지 않아 포기할 생각도 하지만 주변의 격려가 힘이 되었다. 그는 “이미 나선 일인데 물러 설수는 없다. 자식이 있고 고사리 손 같은 손자손녀들이 보고 있다. 연주 실력으로만 친다면 도시에서 모셔오는 것이 제일 낫다. 그러나 이번 음악회의 뜻은 그게 아니다.”라며 다시 연주에 몰입한다. 또 다른 이는 “혼자 하라면 못 하겠지만 여럿이 함께는 할 수 있다. 고운 노래를 부르면 왠지 몸도 마음도 고와지고 평화로워진다. 이런 기분 내 자식들에게 길이길이 전해주고 싶다. 즐거우면서도 예의를 지키고 모두가 평등하게 보고 즐기는 소박한 문화행사가 우리 산골 동네에서도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시골 동네의 음악회 추진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됐다. 올해 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우물사업 연수프로그램에 마을사람 서너명이 참가해 2박3일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그리고 이들은 음악회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음악회를 추진하자는데 중지를 모았다. 농기계 수리점과 꽃 농사짓는 농부, 굴삭기 기사 등등 이들이 단체의 주축이 되어 ‘육십령음악회추진회’라는 단체를 만들고 직접 제작한 포스트와 현수막도 내 걸었다. “우리 힘으로 최선을 다해보자. 서툴더라도 즐겁게 들어줄 수 있다” 이것이 이번 음악회의 약속이다. 이번 음악회는 술도 음식도 없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입장료 1,000원을 받는다. 한푼 두푼 알뜰히 모아 적은 돈이나마 문화행사를 이어갈 수 있는 밑천을 만들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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