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25일은 나에겐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6.25전쟁 제64주년 군민대회에 처음으로 참석하였다. 교회승합차로 서하면에 살고 계시는 참전용사들을 태우고 행사장소로 이동하였다. 국가유공자 표식을 가슴에 단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에 숙연함이 잔잔히 밀려온다. 이 분들은 자신들 때문에 수고를 끼쳐 미안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 분들에게 어르신들이 계셨기 때문에 오늘 우리나라가 있고 어르신들이 우리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한 것에 비하면 이런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별 말을 다한다고 하시면서 감사해하셨다. 정말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또 행사가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지 기대감으로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여성봉사단체에서 떡과 음료수를 준비해 와서 일찍 오신 분들에게 대접을 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시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행사 순서지를 보니까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가 들어 있었다. 귀순용사 안보강연도 있었고 함양 “더사랑합창단”의 6.25노래공연도 있었다. 아름다운 화음과 깔끔하면서도 정숙한 차림의 더사랑합창단의 품위 있는 공연은 너무나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석하신 참전용사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전용사들과 함께한 국민의례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국민의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너무나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목소리는 크게 나오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 분들은 가슴으로 애국가를 부를 것이라 생각하니 진한 감정이 밀려왔다.
한 분이 나오셔서 회고사를 읽으셨는데 그 가운데 자신이 지금도 잊지 못하는 한 분의 이야기를 하셨다. 휴전협정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찾아 온 애인을 전쟁을 치르느라 만나지 못한 자기 상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국 그 상관은 휴전협정이 이루어지기 전날 전쟁에서 전사하였고 회고사를 읽은 이 분은 이 전사 소식을 그 사람의 애인에게 알렸는데 쓸쓸하게 돌아가던 그 여인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하였다. 눈물이 눈가에 어른거렸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슬픔과 아픔이 아마도 온 강토를 덮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행사가운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식전에 떡과 커피를 나눠주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건물 안은 청소를 해 놓았기 때문에 건물 안에서는 음식을 먹지 말라는 방송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팔순을 넘은 참전 용사들은 건물 밖에서 태양볕 아래서 서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먹고 있었다. 황송하고 민망하였다. 이것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이런 방송이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참전용사 여러분들은 바깥은 태양이 뜨거우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오셔서 편안하게 음식을 드시기 바랍니다. 혹 연세가 드셔서 음식을 흘려도 괜찮으니까 안으로 들어오셔서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행사에 여러 기관장들이 참석하였다. 사회자가 한 사람, 한 사람 호명을 하며 힘찬 박수를 쳐 달라고 하였다. 10여명이 넘는 사람이었다. 제 마음속에 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분들이 박수를 받아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물론 참석해줘서 감사하기에 다 호명한 후에 한꺼번에 박수를 하던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오히려 이 분들이 참전용사들 한 분 한 분 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야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밀려왔다.우리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어떠한지, 뭔가 뒤 바뀐 삶은 아니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그리고 뒤바뀌어 있다면 다시 바로 맞추면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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