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 상림은 우리고장의 자랑거리다. 숲이라 하면 나무 우거진 산을 연상하기 싶다. 상림 숲은 힘들여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 평지다. 시가지와 연결된 뒤뜰에 마실 나오듯 여유롭게 걷는 근린공원이다. 도심에서 우거진 숲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우리만이 누리는 특권이요, 특혜이다. 군민의 사랑을 받는 휴식공간이고 문화공간이다. 나무와 물과 돌이 조화를 이룬다. 숲길, 꽃길, 물길이 이어진다. 길 따라 가다보면 산책 나온 사람들을 만난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 호젓이 거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늘이 있고 꽃도 새도 다람쥐도 볼 수 있다. 위천을 끼고 만들어진 숲, 그 속에도 물소리 들리는 개울이 있어 숲의 정취를 더 느낄 수 있게 한다. 상림 숲은 계절별로 갈아입는 아름다운 옷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민들과 너무 친숙하여 상림하면 숲과 동의어로 받아들인다. 숲속을 걸으면 아늑함을 느낀다. 예전에는 해마다 옛 지명을 딴 천령문화제가 열렸다. 어린 시절 꿈을 심어준 곳이었고 고단한 일상의 휴식처이다. 함양인은 가슴에 상림을 품고 산다. 상림의 여름은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길손의 시선을 붙잡는 초록의 연잎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연꽃 만나려 솔숲에서 오는 바람이 더위에 지친 연잎이파리들을  흔들어 준다. 연잎바다를 출렁이게 한다. 초록의 연잎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게 한다. 청순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연꽃은 향기를 날리며 길손을 부른다. 연꽃은 오늘 피는 꽃이 아니다. 망각과 추억의 세월까지 보듬은 수줍은 꽃이다. 천년의 향기가 가슴에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달빛에 젖은 연밭은 신비롭다. 밤의 여왕이라 불리는 연꽃 빅토리아가 퍽소리와 함께 향기를 터뜨리는 개화 순간을 포착하려는 사진작가들의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끄럽게 하면 예의를 모른다고 꽃봉오리를 열지 않을까봐 조바심 내며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연꽃은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에는 꽃봉오리를 닫는다. 연꽃은 군자의 꽃으로도 불린다. 흙탕물에서 피어나지만 단 한 방울의 오물도 머금지 않고 그윽한 향기를 내어 세상을 맑게 한다. 연의 씨앗은 생명력이 강하다. 껍데기를 벗기지 않으면 땅속에서 삼천년을 견딘다고 한다. 1951년 일본에서는 지하 4미터쯤에서 약 2000년전 연씨앗 3개를 발견했다. 그 씨앗을 심어서 발아시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게 했다고 한다. 연꽃은 다산, 화목, 부활의 소망을 상징한다. 연꽃의 씨방에는 많은 씨앗이 있어서 다산을 의미한다. 나비와 물고기 등 연밭 주변의 풍경과 함께 그린 연꽃 그림은 인간사의 즐거움과 부부금실이 좋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꽃상여의 장식으로 연꽃을 사용하는 것은 좋은 세상에 태어나라는 재생과 부활의 희망이다. 상림 연밭 조성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득한 옛날 고운 선생이 조성한 상림 숲의 역사와 같을 것으로 생각된다. 상림 숲은 신라 진성여왕 때 천령태수로 부임한 고운 선생이 치수용으로 조성한 문헌상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이다. 고운 선생은 천령태수에 앞서 전북 태인 과 충남 서산태수를 지냈다. 정읍 태인에 가면 호남 제일의 정자로 불리는 피향정이란 정자가 있다. 그 곳에는 태인 태수를 지낸 고운이 피향정 연못가를 거닐며 풍월을 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앞면에는 ‘피향정’, 뒷면에는 ‘호남제일정’이라는 현판이 있는 피향정 정자위에 서면 넓은 연지(蓮池)가 펼쳐진다. 피향정의 연지는 전주 덕진연못, 무안 화산연꽃방죽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연지로 꼽힌다. 고운은 상림 숲을 조성하면서 상연지와 하연지로 되어 있던 피향정의 연지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연지를 만들려고 상림 숲을 따라 연밭을 조성했음이 분명하다. 상림이 시작되는 들머리의 지명이 연밭머리로 전해져 오는 것이 그 증좌라 하겠다. 연밭은 상림 숲과 함께 천년의 역사와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오는 값진 문화유산이다. 천년의 긴 역사만큼 다양한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연밭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꽃보다 먹고 사는 일을 급하게 여긴 사람들과 당국에 의하여 농경지로, 시가지로 변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필자가 어릴 때만해도 연밭머리와 혹정자나무 부근은 연꽃, 토란, 미나리, 수련 등 수생식물이 무성히 자라고 있던 모습이 흑백사진 같은 아련한 기억으로 등장한다. 저 푸르고 싱싱한 연잎, 화사한 꽃봉오리 같이 찬란한 역사를 가진 연밭 역사는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주민들은 푸른 연잎이 주는 향기 맡으며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연꽃 필 무렵이면 출향작가인 김석규, 허영자, 이외수, 노희경, 정도상 등을 초청,  그들의 좋은 입담을 통해 연꽃이야기를 듣는 장(場)을 마련해보자. “연꽃 핀 천년의 숲, 상림에서 만나자”고 그들이 팔로우를 청하면 함양은 전국의 관광객들로 연꽃이 피는 동안 열띤 축제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옛 문화유산’과 ‘새로운 미래의 꿈’이 융합된 문화관광도시 함양으로 약진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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