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품 함양 산양삼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는 일이 발생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함양지역에서 상품가치가 없는 인삼(파지삼)을 산양삼으로 둔갑시켜 불법 제작한 품질검사증까지 부착해 판매해온 산양삼 재배업자 ㄱ(64)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산삼축제와 엑스포를 앞두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함양 산양삼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공들인 10여년 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산양삼 재배농가는 물론 산양삼법인, 군민들까지 함양군 전체가 들썩였다. 일부 농가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법인과 행정, 경찰, 축제위원회,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생산자에서부터 관리감독 기관까지 함께하는 ‘함양 산양삼 지킴이’가 발대했다. 발대식을 가진지 10여일 만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산양삼 지킴이’들과 함께 동행취재를 떠났다. 지난 4월24일 오전 9시 함양산삼축제위원회 사무실. 속속 지킴이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이날 방문해야할 농장에 대한 소개와 주의사항, 그리고 지켜야할 수칙 등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모두들 조금은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명품 산양삼’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득해 보였다. 이날 모인 지킴이들은 함양군청 주무부서인 산삼계 직원들과 산양삼법인 대표 및 관계자, 산삼축제 위원회, 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으로 모두 8명이 한조를 이뤄 불법적인 함양 산양삼 농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회의가 끝난 후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이에도 어떤 식으로 활동할지에 대해 토의가 이어졌다. “절대 강압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생산 농가가 반발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를 구할 수 있도록 해 나가야합니다” 농가에 강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이들로서는 최대한 농장주의 협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함양읍에서 20여분을 달려 마천면에 들어섰다. 지킴이들이 가장 먼저 들른 농장은 마천면의 A농장. 농장에 들어서기 전 농장주에게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이곳에는 몇 년근 산양삼이 심겨져 있습니까. 혹시 외지에서 들여온 삼이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불법으로 심은 삼이 있다면 미리 이 자리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몇 가지 질문이 이어지지만 농장주는 “둘러보세요. 전혀 문제없을 겁니다.”라며 자신에 찬 모습이다. 8명의 지킴이들은 또다시 조를 나눠, 농장주가 가자는 방향으로 일부가 따라가고, 일부는 산을 헤매기 시작한다. 지킴이들은 산에 오르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산 여기저기 이제 갓 잎이 나오기 시작한 산양삼 사이를 누비며 혹시 모를 위법 산양삼을 찾아 다녔다. 해발 고도 400m 이상, 60~70도 이상의 깎아지른 듯한 경사면, 좁은 소로도 나지 않은 잡목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산삼축제는 물론 엑스포를 위해서는 생산 농가가 우선적으로 깨끗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명감으로 지킴이 일을 해나가고 있는 이들. 농장 구석구석을 둘러 본 후 모두 모여 현장 평가를 진행하며 농장주를 사이에 두고 의심 가는 삼을 사이에 두고 설전이 오갔다. “이 삼은 언제 심은 겁니까. 분명히 산삼씨를 심은 것이 맞나요?” 계속되는 지킴이들의 질문에 농장주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계속 이렇게 나오시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는 것이지 힘들게 산삼을 키우시는 분들께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바른대로 답을 해 주셔야 시정조치를 하던 할 것 아닙니까.” 이날 지킴이들은 농약 잔류 검사 등을 실시하기 위해 농장주가 보는 앞에서 약 200g 가량의 산양삼 시료를 채취했다. 채취한 산양삼이 위법인지는 정확한 분석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소량이지만 모양만으로도 위법임을 알 수 있어 지킴이들의 마음마저 차갑게 식은 듯 했다. 약 한 시간에 걸친 수색 아닌 수색작업이 아쉬움 속에 마무리 됐다. 다음으로 지킴이들은 건터편의 B농가로 향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산양삼을 심고 있는 농가. 이 농가를 들어서기 전 똑같은 질문을 농장주에게 전했다. 이 농장주 역시 “마음껏 둘러보십시오. 한 톨의 거짓도 없습니다.”라며 자신했다. 해발 고도가 높아 아직까지 싹이 제대로 나지 않은 산양삼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산양삼 찾기에 나선지 30여분이 흐른 후 산양삼이 심겨져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심겨져 있지만 아직은 어린 4~5년근으로 이번 축제에는 출품할 수 없을 정도의 어린 삼이었다. 지킴이는 “축제에는 이 같은 어린 삼은 출품할 수 없는 것 아시죠. 이번 축제에는 나올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농장주에게 전달했다. 명품 함양 산양삼을 지켜 나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 지킴이들은 이날 활동을 통해 “설마설마 했는데 이거 너무하는 것 아니냐”라는 허탈감이 역력한 모습으로 다음 농가로 출발했다. 산양삼이란 특별관리 임산물 검사 전문기관인 한국임업진흥원으로부터 품질검사를 받아 합격한 인삼씨앗을 산에 심어 인위적인 재배기술 없이 자연 상태에서 수년간 자생하도록 하여 판매하는 삼을 뜻한다. 함양지역에서는 생산이력제를 통해 철저하게 품질이 관리되며 이를 판매할 경우 타 지역보다 높은 값에 거래되는 명품으로 통한다. 이 날도 농산물품질관리원 함양사무소 원산지관리담당이 함께하며 산양삼 시료를 채취했다. 농관원은 채취한 시료의 농약잔류검사 등을 통해 철저하게 가려낼 예정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도착한 농가에는 이미 농장주가 대기하고 있었다. 힘겹게 산양삼이 심겨진 곳을 찾아 올라가는 동안 여기저기 산삼씨를 뿌려 이제 막 잎이 올라오고 있는 어린 산삼들이 눈에 띄었다. “조심해서 다녀야 합니다. 곳곳에 산삼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해에 심은 것으로 이제 싹이 올라오고 있구요. 저쪽으로 가면 이번에 판매할 수 있는 산양삼이 있습니다.”라며 안내했다. 안내된 곳에 도착해 여기저기 둘러보던 지킴이들도 웃음을 되찾았다. “확실히 잘 키우셨습니다. 이 같은 산양삼이 나와야 명품 산양삼이 되는 것입니다” 농장 구석구석까지 둘러봤지만 이렇다 할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지킴이들은 이날 오전 일정을 접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강행군이 낮 12시를 넘어서야 끝난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오후 일정으로 백전면 지역의 2농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백전면은 해발 고도가 높아 산양삼을 재배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는 지역으로 많은 농가들이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지킴이들이 방문한 네 번째 농가는 익히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곳이었다. 곳곳을 둘러본 지킴이들은 농장주에게 시정을 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농장주는 빠른 시일 내 시정할 것을 약속했다. 함양 산양삼 지킴이는 앞으로 일주일에 2~3일씩 산양삼 재배 농가를 돌며 위법 사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지킴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함양 산양삼을 제대로 반석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올라가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추락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명성이다.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언제 어느 때에 지금의 명성을 잃을지 모를 일이다.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농가들이다. 아무리 교육을 하고 단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농가들의 자발적 행동이 없다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이다. 추락 직전에 결성된 함양 산양삼 지킴이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이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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