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영국의 대문호 T.S 엘리어트의 장편시 ‘황무지’의 싯구이다. 우리야말로 요즘 정말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생명이 물올라 절정을 이루는 희망찬 새북에 우리는 꽃 같은 어린생명들이 미쳐 피워올리지도 못해본 채 차가운 물속으로 보내는 사고를 지켜봐야만했다. 상실과 절망의 바다에 빠져 가슴을 도려낸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이 쓰린 심경이다. 작년 여름에도 태안 안면도 소재의 민간 해병대 캠프에 참석했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들이 128명중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겨울에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되는 어린 학생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던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는 사고로 10여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제가 함께 나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간담회도 가졌었지만 두 달이 채 안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를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소비심리가 줄어들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각종 문화 체육행사들도 연기 및 취소가 잇달아 대한민국이 흡사 ‘일시멈춤에 들어간 듯하다’고 한 신문은 전했다. 매스컴을 통해 속속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접하며 특히 두려운 점은 ‘과연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이번 참사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전조증상을 보였는데도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어른들의 미숙한 초기대응으로 인해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는 것이다. 평소 상식적인 관리만 했었어도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안전사고가 거듭될 때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인재를 불렀다는 비판적 여론이 거세진다. 이번에야말로 책임 전가나 담당자에 대한 질책보다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총체적 문제점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하고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제 사고가 발생한지도 10여일이 지났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하나 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곧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오는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그들의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서 머리가 아파온다. ‘세월이 약이다’ 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이나 우리 이웃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단지 더께처럼 가슴깊이 자리할 것이며 그 과정 또한 상당히 아플 것이다. 아마도 한국 현대사는 세월호 사고 전과 후로 나누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서서히 냉정을 되찾아 사실을 직시하고 나와 내 주변을 근원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그래도 산사람은 산다. 나를 넘어선 보편적 가치를 가슴깊이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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