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어느 날. “기타는 여자와 같다고 말한다. 대부분 기타 모양에 비유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이 때문만은 아니다. 나무로 만든 기타는 자체적인 울림통을 갖고 있다. 기타를 치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기타는 칠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1시간 후와 3시간 후가 달라지는 기타소리. 한 악기에서 완전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기타다. 그래서 기타를 여자의 매력에 비유한다. 이런 매력 때문에 기타에는 이성을 유혹하는 선율이 있다” 20여년 전 기타를 배우는 첫 시간 강사의 말이다. 그리고 그 강사는 주문했다. “기타의 마지막 매력은 ‘손맛’이다. 기타의 진짜 매력을 알려면 굳은살이 박힐 때까지 기타를 놓지마라” 20여년 전 기타를 배우고자 했던 그는 굳은살이 박히도록 키보드를 두드리는 기자가 되어 기타동아리 ‘소풍’의 회장 김진윤씨를 만났다. 김진윤 회장은 말한다. “기타의 매력? 이동이 편리하면서 반주와 노래가 가능한 것 아닐까요. 피아노는 들고 다니기 힘들고 색소폰을 불면서 노래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악기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기타인 것 같다. 같은 음을 내는 것에도 여러 방법이 있으니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악기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배우고 싶어하는 악기 중에 하나가 바로 기타일 것이다. 감성을 울리는 잔잔한 소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타의 매력에 빠져 기타정복에 나선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기타를 손쉽게.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가장 대중적인 악기인 기타지만 강한 매력을 가진만큼 기타를 정복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기타와 씨름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기타가 가진 묘한 매력에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기에. 함양의 기타동아리 ‘소풍’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기타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 ‘소풍’은 2011년 2월 창립돼 20여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동아리다. 지금은 3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김진윤 회장도 그들 중 한사람이다. 김진윤 회장은 휴천면 출신으로 90년 공무원에 입사했을 때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진. 음악. 미술 관련분야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기타를 처음 배우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함양에 있는 기타학원까지 다니며 기타를 배웠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자연스레 기타와 멀어졌다. 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는 기타를 끊을 순 없었다. 그러다 기회가 되어 기타동아리 ‘소풍’을 만들게 되고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 동아리는 3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함양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기에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따로 없다. 회원들이 서로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준다.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서 1년에 3~4개월은 강사를 초빙해서 교육하기도 한다”며 다행인 것은 이렇게 개성 강한 35명의 회원들이 기타 하나로 마음을 맞춰 불협화음 없이 음악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 대부분 기타를 처음 접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악기 하나쯤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린다. 처음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김 회장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이 바로 회원들의 수준 차였다. 그래서 교육도 힘들었다. 하지만 회원들은 서로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 결실로 ‘소풍’은 지난해 창립 1주년을 맞아 첫 공연을 가졌다. 자신들만의 이름으로 관객과 만난 첫 무대를 마친 회원들의 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진윤 회장은 기타동아리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이런 순간이 오리라 예상치 못했다. 부족한 음악이지만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1년여 시간이 흐르고 지난 6월15일 두 번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전체 회원 중 26명이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무대를 꾸몄다. 김 회장은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목표가 있기에 실력도 그만큼 는다. 그 동안 회원들은 평일이고 주말이고 매일 연습실에 나와 밤10시를 훌쩍 넘도록 연습을 했다. 그 결과 나름대로 만족한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공연을 마친 김진윤 회장에게 또다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비록 취미생활. 문화활동으로 시작된 동아리지만 공연봉사를 기획하고 양로원 봉사와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활동을 펼치고 싶다”며 함양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이들과 협연을 했으면 더욱 좋겠다고 밝혔다. 세상의 모든 악기 가운데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기타다. 이런 이유로 기타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김진윤 회장의 바램처럼 심장에서 울리는 ‘소풍’의 메시지가 함양에서 멈추지 않길 기대한다. <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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