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지금도 이 가게에 가면 70년대 흘러간 빅스타 조용필. 패티킴. 이미자 테이프가 있다. 만인보 33년 전통 대중가요 테이프 산실 지구레코드 서종석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 1990년 11월1일 가객(歌客) 김현식이 간경화로 사망했다. 그날 밤 서울 명동. 전라도 신안 앞바다. 강원도 철책선 병사들이 (그의 부고를 전해 듣고) 꺼이꺼이 흐느끼며 ‘내 사랑 내 곁에’를 불러댔다. 그날 밤 함양 중앙시장 청과물상점 주인 아들 Q. 부친 잠든 틈을 타. 아부지 호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슈킹(훔쳤다). 동문 4거리 지구레코드로 달려갔다. 갔더니 오메! 함양 고삐리(고등학생) 수십명. 김현식 테이프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물건(테이프)은. 동이 났나 보다. 레코드 가게 주인 더러. 없는 “물건 내 놓아라!” 삿대질을 하지 않나. 괴성을 내지르지 않나. 어렵쇼? 그런데? 늦게 가게에 온 Q 표정은 너무나 여유자작. 세월이 흘러 Q는 이때를 회상한다. “이미. 레코드가게 주인 총각한테 (내 것용 테이프 한 개 챙겨두소) 로비를 해 놨지. 그 테이프를 구입한 후 밤새 김현식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연습연습! 다음날 우리 친구(고삐리)들 앞에서 버라이어티 쇼를 내가 멋지게 펼쳤다 이 말잉거라. 고등학교 시절 우리 아부지 지갑에서 지폐 얼마나 훔쳤는지 몰라. 그 돈 모두 지구레코드에 갖다 바쳤다는 것 아이가” # 함양 동문 4거리에 33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老鋪) 음반가게 지구레코드(010-4444-1315)가 있다. 지금은 인터넷 음원(音源) 다운로드 때문에 함양 지구레코드. 사양의 길을 걷고 있지만 1980년대 초 함양 음악 마니아들. 호주머니 돈을 전부 갈취(?)했던 전설의 레코드 가게이다. 주인 서종석씨(52)의 말이다. “76년 개업했슴니더. 원래 형님 두 분이 이곳에서 전파사를 했어요. 고장난 라디오 같은 걸 수선해 주다가 조용필. 이미자. 최희준. 패티킴 당대 최고가수 테이프를 나까마(보급소)들 한테 받아 팔곤 했지요. 그러다 제가 이 가게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음반가게로 키워나갔습니다. 우리 가게와 관련된 추억?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정 음악 꽤나 좋아한다는 함양 고등학생들의 성지순례지였습니다. 며칠 전 아기를 업은 한 여인이 우리 가게를 찾아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저씨 저 생각나세요? 전혀? 저 중학생일 때 이 가게 참 많이 찾아왔어요. 조용필 오빠 신곡 나올 때마다 레코드를 구입했어요.” “아. 그래요” 여인이 대중가요 테이프 진열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호호 저기 조용필 오빠 <못 찾겠다 꾀꼬리> 아직 있네요. 저 테이프 골동품처럼 보여요. 온 김에 기념으로 한 장 사가지고 가야지” “아기 업은 여인 외에도 많은 출향인사들이 고향 찾아왔을 때 우리 가게를 찾아와 자기들 청춘시절을 회상하곤 하지요. 나미. 들고양이. 최근에 죽은 <오동잎> 부른 최헌. 김광석 이야기를 하며 지난날을 추억하곤 하지요” -요즘은 장사 안 되죠. “울며 겨자먹기로 문을 엽니다. 제 가업(家業)인지라 폐업할 순 없고 허허허” -업그레이드를 시켜보시죠? “어떻게요?” -지리산 찾는 레저객들을 위해 지리산 음반 팔아보시죠“ “어. 우리 가게에 그런 노래 많심니더. 안치환의 ‘지리산’. ‘행여 지리산에 오시걸랑’도 있고 심진스님 ‘무상초’도 있고요” 주인 아저씨. 심진스님 <무상초> 몇 소절을 부른다 ♪덧없이 흐르는 게 세월이라 구름처럼 흘러흘러 나는 지금 어디메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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