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함양에서 선비의 길을 걷다. 2) 팔정팔담의 화림동 계곡-거연정·군자정 3) 팔정팔담의 화림동 계곡 – 동호정·농월정 4) 정자 문화의 진수 전남 담양군 5) 100여개 정자의 향연. 경북 봉화군 6) 정자문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100여개의 정자가 자리 잡은 정자(亭子)의 본향 함양. 국립공원 1호 지리산과 남덕유산을 따라 흘러내린 수많은 계곡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벗 삼은 정자들이 들어섰다.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다. 그 대표적인 표현이 `좌안동 우함양`으로 선비 문화의 본산이기도 했다. 그것을 가장 쉽게 엿볼수 있는 것이 정자(亭子). 옛날 선비들이 만남을 갖고. 시를 짓고 풍류를 읊던 곳. 더위를 피해 탁족을 즐기던 곳. 정자에는 선비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나타난다.현존하는 옛 목조건물 중 가장 많은 것이 정자. 정자는 우리의 선조들이 벼슬길에서 물러난 후 관직에 나가지 않는 처사(處士)로 지내면서 소박한 정자 한 칸을 마련해 저술과 강학 활동을 펼쳤다. 또한 학덕 높은 스승이 거닐던 곳에 제자나 후학들이 그 학덕을 기리는 정자를 건립해 인격과 학문을 수양하는 장소로 삼기도 했다. 정자는 건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담겨진 선비들의 삶과 정신이 더 중요한 자산이다. 이에 본지는 함양의 정자 문화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경북과 전남지역 정자 문화의 조명을 통해 함양의 정자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6회에 걸쳐 점검하려 한다. 자연을 벗삼아 시문을 읊던 선비들의 길을 걸어보자. <편집자 주> 비가 오면 여행은 더욱 즐겁다. 맑을 때의 푸르름과는 전혀 다른 약간은 어두우면서도 더욱 짚어지는 색감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아름다운 자연과 그것을 배경으로 녹아든 우리 옛 건축물이라면 더 다르게 다가온다. 남부지방에 1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에도 어쩔 수 없이 화림동 계곡의 동호정으로 발길을 향했다. 많은 비가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하루 종일 내리는 비와 세찬 바람이 갈길을 붙잡는 것만 같았다. 화림동계곡 거연정에서 출발하는 선비문화탐방로는 군자정을 거쳐 동호정과 농월정으로 이어진다. 좋지 않은 일기로 인해 탐방객들도 없다. 거연정을 출발해 동호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봉전교를 건너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어야 한다. 약 800m. 계곡을 곁에 두고 울창한 수림 사이의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탐방로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다. 오르내림이 크지 않고 평탄한 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탐방로는 5월의 푸르름을 한껏 뽐낸다. 완연한 녹색이 아니라 연두색이 조금은 짇어져 더욱 싱그럽다. 아직 한더위가 오지 않아 걷기에 너무 좋은 길이다. 아름다운 단청으로 색칠하고 계곡을 굽어보고 있는 동호정. 달을 보며 희롱하며 그 옛날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이 주춧돌만 남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농월정. 함양 정자의 멋이 살아있는 이 두 곳을 둘러보자. 차일암 위 풍악이 들리는 것 같다 선비문화탐방로에서 바라본 동호정. 우선은 동호정 앞 넓게 펼쳐진 큰 바위부터 들어온다. 그 너럭바위는 차일암이라고 한다. 수 백명이 동시에 둘러앉아도 넉넉한 차일암. 그 너머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계곡을 내려 보고 있는 것이 동호정이다. 막을차(遮) 해일(日) 바위암(巖)을 쓰는 차일암(遮日巖)은 해를 막을 만큼 큰 바위라는 뜻으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노래는 부르는 장소인 영가대. 악기를 연주하던 금적암. 술을 마시며 즐기던 차일암을 포함하는 수백평의 널찍한 암반이 있다. 가히 풍류를 즐길만한 곳이다. 동호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세워진 단동의 중층 누각 건물로 내부에는 중앙 칸을 막아 구성한 판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정면의 좌측으로 통나무를 그대로 깎아 만든 계단이 있어 특이하다. 통나무 2개를 잇대어 비스듬히 세운 뒤 도끼로 내리쳐 홈을 파 만든 까닭에 자연미가 한껏 살아 있다. 천연의 평탄한 암반위에 조성해 초석은 쓰지 않았 기둥은 모두 원주를 사용했는데 울퉁불퉁한 원목을 그대로 사용했다. 동호정은 정자라기보다는 누각을 보는 것 같은 위압감이다. 거연정에 30~40명이 올라갈 수 있는데 비해 이곳 동호정은 100명은 너끈히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온통 단청으로 치장된 정자에서 가장 눈에 뛴다. 갖가지 호화로운 단청 또한 동호정의 볼거리 중 하나다. 최근 새롭게 단청을 시작한 부분과 옛 단청부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들보를 가로지르는 곳에 여의주와 물고기를 문 청룡과 황룡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 대들보에는 호랑이 두 마리가 그려져 있고. 주위에는 꽃무늬를 비롯해 화려한 문양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다. 정자의 벽에는 공자는 니구산(尼丘山)에 기도하여 낳은 아들이라는 그림부터 74세로 세상을 하직하는 장면까지 공자의 일대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동호정 위에 올라 내려다본 계곡 또한 한폭 의 그림이다. 정면에는 차일암과 계곡. 푸른 산야가 어우러지면서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이날은 불어난 계곡으로 인해 선비문화탐방로에서 차일암을 거쳐 동호정으로 통하는 징검다리가 물에 잠겼다. 이 또한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선비들의 유희터 동호정 동호정은 동호(東湖) 장만리(章萬里)를 기리기 위해 그의 9대손 인 가선대부 오위장을 지낸 장재헌 등이 중심이 되어 1895년 건립한 정자이다. 이후 1936년에 중수됐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의주 몽진(蒙塵)을 도우고 행재소(行在所)에서 사망한 동호 장만리를 기리기 위하여 건립한 정자로. 수백년에 걸쳐 조정에서 공(功)을 치하할 정도의 충신을 기리는 장소일 뿐 아니라 연중 노닐고 구경하기 알맞고 주가대(酒?臺)와 금적대(琴笛臺) 같은 바위에 올라가 노래하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좋은 장소이다. 동호정에서 안의 쪽으로200m 가량 내려가면 길가에 동호 장만리 의 충효정려 가 있다. 안의현감(安義縣監)을 지낸 김재현(金在顯)의 동호정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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