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부부가 운영하는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초입 얼음골 민박집. 경관이 수려할뿐더러 명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 129편 마천면 추성리 얼음골 외팔이 아저씨 & 농아 아줌마 산신령처럼 인생 사시네! ①“영원사 팔품행(八品行)보살이 우리 부부 맺어 주었소” ②최화수 국제신문 논설주필이 인정하는 지리산의 날쌘 다람쥐 ③지리산둘레길 3코스에서 얼음골 민박집 운영 ④처갓집은 백무동 송알슈퍼. 사돈집은 읍내서 중소기업 경영 # 어느 날. 수동 가스충전소 윤세한씨 가게 뒤뜰에서 돼지부속고기 구워 먹고 있는데… 눈빛이 아주 날카롭게 생긴 청년이 말벌술을 가지고 나타났다. 눈빛이 아주 날카롭다. 영락없는 시라소니 관상이다. 윤세한씨가 나에게 청년을 소개한다. “전국 깊은 산속을 떠돌아다니며 나무를 벱니다. 전기톱질의 달인이지요. (귓속말로)글쎄 나무들 캉 대화를 나누고 산신령과 농담 따먹기도 한다지 뭡니까. 저 양반 잘 취재하몬 꽤 괜찮은 작품이 나올낍니다” 이 말에 청년은 손사래 치며 “무신 시답잖은 소리… 나. 그런 거(인터뷰) 안 합니다” 윤세한씨가 청년 프로필을 소개한다. “열살 때 지리산 속에 들어간 괴짜입니다. 남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고강(孤剛)한 성격인지라. 평생 산속에서만 살아야하는 팔자지요. 너. 벽소령에서 땡중 골탕 먹인 이야기 한번 해 봐라” 한참 후. 청년은 오프 더 레코드(취재 안한다는 조건) 전제하에 산속 생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지리산 속에 별 희한한 도인 기인들이 살고 있지요. 땡중 골탕 먹인 이야기라? 그건 인격모독이라 안 할란다. 대신. 가슴 뭉클한 순애보 야그(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께요. 마천면 벽송사 뒤편에 얼음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외팔이 아저씨와 농아 아줌마가 알콩달콩 살고 있는데. 이 부부의 만남. 자식 키우는 이야기 등을 취재해 신문에 실으면 허허허 특종일 깁니더…” “명당 얼음골에서 태어났지만 감전사고로 팔을 잃었소“ # 마천면 추성리 벽송사 아래 터에 외팔이 농아 부부가 산다. 이들 부부 금슬(琴瑟)을 제대로 취재하려면 이들이 살고 있는 벽송사 풍수지리부터 마스터해야 할 것 같아. 풍수고서(古書)를 찾았다. “벽송사 주변 지리는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옥녀개화형(玉女開花形)이다. 벽송사는 옥녀의 형국 중에서도 꽃술에 자리하고 있고. 뒷녘과 아랫녘 받쳐주는 대밭은 꽃받침에 해당된다. 꽃에는 벌 나비가 날아와야 음양조화를 이룰 수 있다. (장영훈의 <영남의 풍수>에서 인용)” 이 말에 비추어보면 외팔이 농아 부부는 벽송사(꽃술) 아래 꽃받침에서 산다. 하늘엔 청아한 구름이 맑게 깔려있고 부부가 사는 집 뜨락엔 진돗개 두 마리가 칠선계곡 쪽을 바라보며 하품을 해대고 있다. “고놈아 자슥(톱질 달인 청년)이 제보해 줘. 우리 집에 왔다고?” 외팔이 아저씨. 집에 풀어둔 진돗개 마냥 연신 하품을 해대며 나그네를 맞이한다. “뭐 취재할 끼 모있노. 산속에서 약초 곶감 같은 거로 두더지마냥 땅 파 묵고 살아가는 인생인데. 들어오소. 응. 얼음골이 내 안태고향이지. 당신. 얼음골 우떤 덴줄 아요? 명승들이 선수련하는 명당터입니다. 용문사 주지 법명이 뭐 였제? 응. 호산. 호산당 그리고 노래하는 스님 심진당 같은 선승들이 그곳에서 면벽수련을 했지. 으하하… 내 안태고향이 길지(吉地)면 모 하노. (가짜팔을 내보이며) 내 신세가 요런데. 전기한테 감전되어 팔 잃어버렸다마. 그러니까 내 나이 서른 때 울산서 건축 노가다를 하다가 고압선 전봇대에서 일하다가 마 이리 되 뿐기라. 팔 없는 놈이 도시서 어떻게 살아? 해서 보따리 짊어지고 고향산천을 들어옹거라. 노가다(공사현장 인부) 하기 전에 나. 끝내줬어. 원양어선 타고 오징어 잡으러 가 가지고. 마도로스(선원) 중에 내가 베스트원이였지 하하하. 내 집안 고모 중에 팔품행(八品行)보살이 한 분 계셨네. 불명이 수덕화! 영원사에서 공양주보살이 오래 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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