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 친분이 두터운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찬씨! 5월도 다가오고 그냥 생각이 나서 신발 한 열 켤레 후원 할테니 초등부아이들 데리고 매장으로 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서 신기세요”라고. ‘아니. 이 아줌마가 한두 켤레도 아니고 열 켤레를?’ ‘요즘 그 매장의 신발값이 얼만데’ 순간 장난끼가 발동해서 “우리 초등부 아이들 열여섯 명인데 어떻게 해야 하죠?” “이번에는 요만큼만 할께요. 미안해요” “아니 농담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지금 매월 후원하시는 것도 많으신데 보너스까지 주시면서 뭐가 미안하시다는 거지?’ 그리고 하루가 지나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마음에 부담이 되어서 다른 지인 분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셔서 열여섯 켤레를 후원하시겠노라고. 순간 띵!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내 말 한마디가 이렇게 비춰질 수도 있구나. 지금까지 십 여 년 이상을 후원해 오셨고 평소 흉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감사한 마음에 농담한 것까지도 가슴에 품으셨구나. 제가 흉허물 없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고 생각해서 던진 한마디가 후원자님의 가슴에는 멍에가 된다는 것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과 평안함이 교차하는 양가의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이라는 것이 항상 양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듣는 소리는 한쪽의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사람의 심리인 것을 새삼 느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일부 아동양육시설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막연한 한숨만 나오던 차에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최근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시설은 혹은.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유여하야 어찌 되었건 아이들의 입장에서만 따지고 보면 저도 체벌과 언어적 학대. 심리·정서적 학대의 가해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인구에 회자되는 자체가 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인 잘못이 있다면야 감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제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일들로 인한 이미지 손상은 아동들의 생활과 관련된 전체 운영비의 50% 이상을 후원에 의지해야 하는 아동양육시설의 아동들에게는 커다란 피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피해는 빈곤의 악순환처럼 되풀이 됩니다. 마치 아이들이 죄를 지은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아동복지를 한지 벌써 만으로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 동안 참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혹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시대의 변화가. 의식의 변화가 지금처럼 훌륭한 아동복지양육시설의 체계를 형성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한 측면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복지 정책 중 가장 열악한 분야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적어도 아동들을 미래의 주역으로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끝을 부여잡고 따라가면서 이루어지는 발전이 아닌 시대의 선봉에서 만들어 가는 발전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도 세 명의 생물학적인 자녀가 있습니다. 내 아이들에게는 다른 아이들보다 모든 면에서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입니다. 이왕이면 나보다 형편이 나은 집을 잣대로 삼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쓸 돈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아이들만 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저보다는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있는 재원들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인지상정 아닐까요? 그래서 감희 대한민국의 아동복지 정책이 부모의 마음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것은 열여섯 켤레라는 신발의 숫자보다도 “아이들 데리고 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서 신기세요” 하고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저보다도 더 아동들의 이익이. 만족이. 선택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분에 넘치게 도움을 주시면서도 더 도와주시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이상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일회성 생색내기용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꾸준한 도움을 주시는 분들과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자 하는 일에 선뜻 동참하시는 귀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동은 우리나라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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