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밥상에나 가끔 오르던 소고기. 아이들인 우리들은 병이 나서 심하게 앓고 난 다음에라야 몸을 추스르라는 뜻으로 끓여주시던 죽에서 볼 수 있었던 소고기를 떠올린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때였으니 만큼 투정을 부릴 처지도 아니었기에 일 년이면 불과 몇 번 밖에 먹을 수 없었던 소고기는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먹을 것이 흔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밥상에 쉽게 올릴 수 있는 먹을거리는 아니다. 닭처럼 성질이 따뜻한 것도 아니고 돼지고기처럼 몸을 차게 하지도 않으니 형편만 된다면 평소에 자주 먹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소고기는 그 맛이 달다. 비장이나 위장을 도와 몸에 기와 혈을 더해주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오래된 병으로 몸이 허약해졌을 때 먹으면 회복을 빠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 <동의보감>에서도 비위를 보하고 토하거나 설사하는 것을 멈추며 소갈증과 수종을 낫게 하고 힘줄과 뼈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부추와 같이 먹는 것은 금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소고기 선호 성향은 선홍색 육질에 눈처럼 흰 지방이 촘촘히 박혀 꽃이 핀 것 같아 보이는 소고기가 대세다. 하지만 눈꽃처럼 잘 형성된 마블링의 소고기가 과연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지는 좀 따져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소고기 마블링의 실체는 다만 지방일 뿐이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환상의 마블링을 자랑하는 소고기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를 육박하기 때문이다. 소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으로 나쁜 콜레스테롤을 유발하여 각종 성인병으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마블링의 상태를 기준으로 등급이 정해지는 축산물등급표시제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두어 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수입된 옥수수를 주로 하는 곡물사료로 먹이면서 높은 등급을 받으려는 노력에 의해 마블링은 멋지게 나타날지 모르지만 국민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끝을 알 수 없는 욕구가 드디어는 소를 거세하는 것에 더해 4개의 위를 가지고 되새김질하는 초식동물 소에게 곡물을 먹이기에 이르렀다. 최소 비용으로 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찾아진 마블링의 유혹. 그저 그 유혹에 넘어갈 것인지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고급 서양음식의 대명사로 스테이크가 있다. 스테이크 이름 중에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고 양식의 일번지인 유럽에서도 가장 고가에 팔리는 것으로 고베스테이크가 있다. 고베스테이크는 고베만의 특별한 스테이크 요리방식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라 1kg당 10만원을 호가하며 고베와규로 불리는 일본의 고베산 소고기 때문에 유명하다. 그 역시 사료를 먹여 키우기는 하지만 고급 사료를 먹여 마치 서리 내린 것처럼 지방이 골고루 잘 퍼지도록 산책을 시키고. 심지어 마사지도 해주는 등 철저한 관리를 통해 얻은 것이라 한다. 고베와규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교훈은 좋은 음식이란 결국 얼마나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만드는가에 좌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멋진 분위기의 시설 좋은 식당에서 조리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에 의해 태어나고 한껏 멋을 부려 담아낸 한 그릇의 음식이 짧은 순간 소비자의 혀를 세뇌시키는 맛있는 음식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오랜 시간 좋은 음식이라 평가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베와규의 교훈. 소를 키우는 함양의 축산농가 뿐 아니라 비롯한 우리나라의 소고기 산지에서 참고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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