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바쁩니다 바빠. 아빠도 바쁘고 엄마도 바쁘고 할머니도 바쁘고 할아버지도 바쁘고 어린이도 바쁩니다. 달력도 바쁩니다. 5월1일은 노동자의 날. 5월5일은 어린이날. 5월8일은 어버이날. 5월15일은 스승의날. 5월17일은 석가탄신일. 5월18일은 5.18민주화의 날. 5월20일은 성년의 날. 5월21일은 부부의 날. 5월31일은 바다의 날. 그러니 부모는 어린이날 어린이님을 섬기려 바쁘고. 어린이는 어버이날 부모님을 섬기려 바쁘고. 어린이와 부모님은 스승의 날에 스승님을 섬기지 않으려고 바쁘고. 부처의 날엔 산속에 계신 부처님을 찾아가 뵙고 와야 하니 바쁘고. 부부의 날엔 부부가 서로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니 바쁘고. 바다의 날엔 바다에 가야하니 바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로 4월은 잔인한 달 5월은 숨쉬기 바쁜 달입니다. 노동자의 날이던 어린이날이던 ‘이 날이 더 중요한 날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 의미와 이유가 있어 정했을 테니까 말입니다. 많은 기념일 중에서 오늘 나는 스승의 날을 선택해 함양과 선생님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합니다. 중생을 구도하신 부처님의 날이나 날 낳으신 어버이날이 아니고 왜 하필 끝발 없는 스승의 날이냐고요? 물으신다면 이유는 ‘내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정말로? 그렇다니까요. 고등학교에서 20여년 프랑스어를 가르쳤습니다. 우와! 그 멋진 봉쥬르 무슈- 껌망딸레뷰 마드모아젤- 쥬뗌무- 지금은요? 그만 두었습니다. 왜요? 더 이상 선생은 선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생이 더 이상 선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참... 산 좋고 물 좋고 좋은 선생님이 많이 살고 있는 함양에 살고 있어 행복한 함양. 함양은 자기의 자녀를 가르쳐주는 학교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생각하시냐고요?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생각하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나요? 네. 요즘은 그런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신문이나 티비를 보시면 무식한 선생님의 학생 폭행. 반대로 학생의 선생님 폭행사건. 하루가 멀다 않고 보도됩니다. 옛날에는 함양도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 보고 삼십센티 뿔자로 손바닥을 맞아 보았을 겁니다. 모범생이라 안맞았다구요? 아. 그러세요. 모범생. 청소 밀대나 몽둥이로 학생을 무지막지하게 때려 종아리나 팔뚝 얼굴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본 적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선생님은 거의 없습니다. 학생인권권리장전이 선포되고 체벌 없는 학교가 시행되어 학생을 한대라도 때렸다가는 큰일 납니다. 무작정 맞는 학생도 없습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도시에서의 일반적인 요즘 학교 교실 풍속도의 한 예를 살펴볼까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려 잡니다. 자지 말고 공부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소용없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뒷좌석에서 낄낄거리고 웃고 떠들고 장난합니다. 선생님의 수업이나 주의에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러려니 이젠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다 생각한 어떤 선생님은 아예 관심을 주지 않고 듣든 말든 수업내용만 말하고 빨리 수업을 끝내고 갑니다. 하지만 어떤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다가가 공부하라고 지도합니다. 학생은 말합니다. “아저씨. 아니 아줌마.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아줌마 하던 일이나 계속하세요.” 선생님이 아저씨로 아줌마로 추락하는 순간입니다. 신학기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박자에 맞춰 노래 부릅니다. “첫 키스. 첫 키스!” “첫 경험 첫 경험!” 소리치며 박수칩니다. 여선생님은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잘못된 학생을 지도합니다. 화가 나서 머리라도 쥐어박으려면 힘이 센 학생이 선생님의 손목을 잡고 칠판이나 벽에다 밀어 부칩니다. “선생님이라는 분이 이러시면 안되지-” 어떤 학생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습니다. 어떤 학생은 녹음을 합니다. 어떤 학생은 112에다 신고합니다. 조금 있으면 경찰차가 학교로 들어오고 경찰이 교무실에 들어옵니다. 선생님이 불려 갑니다. 학생들은 신이 나서 구경합니다. 조금 있으면 자기 아이 말 만 듣고 분개한 학부모가 달려옵니다. 자녀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학교에 찾아온 40대 여성이 담임교사인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댑니다. 이 사건은 카톡을 통하여 순식간에 방영됩니다. 인터넷에 떠들썩합니다. 선생님은 얼굴을 들고 교실에 들어갈 수가 없어 병원에 입원하고 정신치료를 받습니다. 한번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한 교사들은 교단에 서기가 두렵다고 말합니다. “선생님들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이렇게 인격적인 모독까지 당하면서 선생을 해야 하나요?” 선비의 고장에서 어려서부터 가정교육을 바르게 받고 잘 자란 함양. 함양은 자식 때문에 학교에 달려간 적은 없었나요? 있다구요? 아니. 무슨 일이 있었어요? 회초리를 들고 학교에 찾아갔다구요? 찾아가서 내 자식이 잘못되면 얼마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때려달라고 회초리 한다발 들고 학교를 찾아갔다구요? 저런 저런! 그렇습니다. 어느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제발 우리 아이들을 때려서라도 바르게 가르쳐 달라고 회초리 한다발을 들고 가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최대의 화가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 <서당>이라는 그림을 드려다 보면 재미납니다. 숙제를 안 해온 학생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습니다. 아이는 너무 아파 기어서 자리로 돌아갑니다. 훈장님도 조금은 안쓰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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