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 “시적인 것. 창의적인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웃음과 진지함이 함께한 안도현(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의 특강. 100여명 고교생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부담스럽기도 하련만 거침없는 그의 언변과 풍부한 경험담에서 나오는 이야깃거리는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소 짧은 한 시간의 특강이었지만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 듯 했다. 주간함양신문사는 한국문예창작협회 제24회 정기학술세미나에 참여한 안도현 시인을 초청해 지난 4월20일 함양학생공연장에서 특강을 마련했다. 안도현 시인은 학생들과의 첫 만남에서 “오늘 할 이야기는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시를 쓰고 시를 쓰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많이 읽고. 대충 읽고. 필사하라 “여러분들은 시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는 공부하지 않아야만 공부가 더 잘되는 이상한 장르이다. 시의 종류가 뭐내. 성격이 뭐내. 이런 것은 수업시간에 선생님하고 공부하고. 이후 그 지문이 나오는 문제지는 보지 말자. 내 말만 잘 들으면 시험도 잘 볼 수 있고 시도 재미있고. 최소 5점은 올라갈 것이다” 안도현 시인은 학생들에게 시를 ‘무조건 많이 읽고’. ‘대충대충 읽고’. ‘마음에 드는 것은 필사하라’ 등 3가지를 주문했다. 만약 교과서에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가 나오면. 도서관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김소월의 대표시를 찾아 많이도 말고 10편만 읽어보자. 30초나 1분이면 한편 읽는데 충분할 것이다. 10분이면 시 10편을 읽을 수 있다. 그게 더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다. 시를 무조건 많이 읽어라. 두 번째 시를 읽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어려운 말이 자꾸 나오면 어찌하나. 시를 읽되. 많이 읽되 대충대충 읽어라. 중요한 것이다. 여러분들이 모든 대중가요를 다 좋아하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만 좋아한다. 시도 좋아하는 시부터 읽어라.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시가 생기가 된다. 세 번째는 시를 읽다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들면 공책에라도 적어 둬라. 적는데 시간 많이 드는 건 아니니까. 그러면 시를 읽고 좋아서 적는 순간. 필사하는 순간. 시가 가진 모든 것이 머릿속에 다 들어오게 된다. 시는 이해하는 게 아니고 느끼는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특강이 진행될수록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안 시인은 “시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시는 이해하는 게 아니고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적인 것. 이것이 뭘까 생각해 봐야 한다” 시 ‘너와 나’를 보면 ‘밤하늘에 별이 있다면 방바닥에 걸레가 있다’. 이것은 시로 읽고 넘어가면 된다. 시적인 것. 지금까지 시. 시적인 것의 실체는 잘 모르지만 이 시 중 가장 시적인 말은 무엇일까. 별 아닌가. ‘이것은 꽃이고 이것은 똥이다’ 어느 것이 시적인 것인가? 시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시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누구나 대부분 ‘별’을 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非)시적인 것을 걸레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고 지금까지 시를 즐겨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깜깜한 밤하늘을 밝히는 것이 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똥 보다는 꽃이 아름답고. 시궁창보다는 맑은 시냇물이 아름답다는 것을 누구든지 다 아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더럽혀놓은 방바닥을 걸레로 닦지 않으면 계속해서 더러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 걸레가 처음부터 더러웠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럽힌 것을 닦다 보니 더러워진 것이다. 별 만큼 걸레도 아름다운 역할을 하는 존재이니까 별도 아름답지만 걸레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 않느냐.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성 “생각을 바꾸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창의성이라 한다. 시적인 것. 창의적인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다보면 생각을 조금씩 바꾸게 되고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면 창의적인 생각이 시작되게 된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할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해마다 가을에 교내 백일장을 여는 학교로 항상 ‘가을’이 주제였다고 한다. 가을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것 중 귀뚜라미를 소재로 쓰라하면 학생들 모두 ‘귀뚤귀뚤 귀뚜라미’. 가을 들녘을 쓰라하면 ‘황금들녘’이라고 쓸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창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제발 낙엽 가지고 가을을 쓰지 말자. 지금은 연탄이 안보이지만 우리 눈에 연탄이 많이 보이면 가을이다. 낙엽에만 시적인 가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연탄에 정말 시적인 가을이 있다고 가르쳐 줬지만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서 연탄을 쓴 것이다. 학생들에게 힌트를 줬는데도 안 쓰서 내가 ‘연탄시인’이 된 것이다. 매미는 맴맴 운다고 하는 것을 누가 가르쳤나? 나는 그렇게 쓰기 싫어 매미가 ‘여름여름 운다’고 썼다. 초등교육과정-쓰기 교과서에서 ‘토끼가 ( ) 뛴다’라고 하고 괄호 안에 알맞은 의태어를 넣으라 하면 하나같이 ‘깡충깡충’이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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