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인과의 여행길에 책을 늘 끼고 다니는 내게 ‘툭’ 한마디 던졌다. “그래. 김 선생 같은 사람이 책을 갖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를 읽지도 않을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는 핀잔 같아 내심 불쾌했으나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런 오해를 사더라도 이 얼마나 귀엽고 경제적인 허영인가! 전시효과 일지언정 많은 이의 손에 책 한 권씩 든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개인적 취향으로나 직업적 강박관념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이 책은 나의 동반자다. 소소한 감정의 대치로 울적하거나 어찌 할 수 없는 외로움을 타는 날이면 서점으로 놀러가서 책속으로 숨는다. 어려운 철학서나 고전 뿐 아니라 신간 구경도하고 잡지를 보며 눈요기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 지역에 가서 그 동네의 책방을 탐험하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훅 끼쳐오는 종이 냄새와 간택을 기다리는 책과의 만남은 변함없는 설렘이다. 그런데 이런 동네서점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국 서점조합연합회가 조사한 결과. 최근 5년 사이 국내 서점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1994년 5.683개로 최고였던 서점수가 2011년 말 기준으로만 175개나 줄었다. 전국 3.519개 읍.면.동 2곳당 서점이 하나꼴인 셈이다. 우리 함양만 해도 십수년전에 3곳이었는데 현재 한곳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도서 종류도 순수 문학보다는 자기개발서나 학습서의 비중이 커지는 것을 보며 경쟁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동네 문화 사랑방인 서점이 활성화 되려면 서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책읽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독서는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사회적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국가 차원의 지적 경쟁력을 제고 하는데는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고도의 지적 활동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서를 많이 하고 있지 않으며. 독서문화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였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어린 아기 때부터 책을 읽어주는 문화적 전통이나 부모와의 책읽기 등이 습관화되지 않은 가정환경과 독서조차 대학 입시 도구가 되어버린 교육 환경 등이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무엇을 어떻게 읽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방법이나 지원의 부족 등이 아닐까 한다. 다행이 이것을 인식한 지역 기관에서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에서는 독서시범학교를 선정하여 각종 독서관련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각 학교마다 독서키즈. 독서 마라톤 운동. 1주일에 한번 TV 끄는 날. 독서 골든벨 등의 행사를 실시하며.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학부모독서 동아리 활동의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함양 도서관 역시 북스타트 운동을 통하여 아기가 책에 접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면 지역의 영유아를 위한 ‘찾아가는 북스타트’를 비롯하여 3세부터 성인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독서관련 프로그램이 있으니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4월은 도서관 주관(매년 4월 12일~18일)으로 설정하여 특별히 기획된 전시회나 책 나눔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과거를 보아 관직에 진출하여 입신양명 하거나 아니면 내면의 수양과 덕을 구현하기 위해 독서에 힘썼다. 독서를 통해 학문과 사상을 넓혀갔으며 삶의 영역을 확대해갔다. 그들에게 독서는 학습이었고 학습하기 위해 독서에 힘쓴 것이다. 조선 후기 이덕무는 길을 갈 때마다 소매에 책을 넣었고 가는 곳마다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성현의 가르침을 좇아 자신을 돌아보고 인격을 수양하는 것이었다. 기생 황진이도 책을 벗삼아 옥같은 문장을 많이 남겼다. 퇴계의 ‘위기지학’은 ‘독서학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기고 빠른 미디어의 세계에 노출된 요즘 독서교육이란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 다수의 젊은 엄마들이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고 일찍이 주말마다 도서관 나들이를 하기도 한다. 책읽기는 마음을 읽는 과정이고 성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정신적 숨쉬기를 위해 독서는 활성화 되어야 한다. 다가올 5월엔 갖가지 가족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어린이날엔 자녀의 손을 잡고 서적이나 도서관 나들이를 하면 좋겠다. 같이 책을 읽으면서 소통하고 마음읽기를 하길 바란다. 어느 국문과 교수가 했던 말이 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욕을 해도 품위가 있다고...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