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지리산 자락 청정지역에서 잡아 올린 미꾸라지 드신 후 등정하구려" 만인보28편 김수복 시인에게 詩的 영감 불어넣어 준 송월식당 조준영 할매 # 아. 여기가 함양이구나! 동서울→함양행 버스가 함양읍내에 들어서자. 길가 벚꽃들. 화르르 꽃망울 터트리며 버스 안 승객 향해 손수건을 흔든다. 이윽고 버스는 함양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내 이름은 최송림(희곡작가). 나는. 며칠 전 경상남도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함양서 개최되는 경남연극제 심사위원을 좀 맡아 주십시오. 그럽시다. 공연장은 어딘가요? 함양문화예술회관입니다. 경남연극제 심사를 맡기 위해 나는 방금 함양버스터미널에 내렸다. 시골 차부는 언제나처럼 흙먼지 폴폴 날려 정겹기가 그지없다. 함양버스터미널 정문을 빠져나오니. 유모차 끌고 어디로 가는 한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 휘어진 등을 보자니 세월 무상함 느끼게 한다…. 아참. 함양에 후배 K가 살고 있지? 오랜만에 K를 만나 회포나 풀어볼까? 아이고 형님? 반갑습니다. 우찌 함양서 다 만나게 되네? 아. 그래요. 함양시외버스터미널 안에 송월식당이라는 데가 있심더. 그 곳에서 만나죠. 어디보자? 송월식당이 어딨나? 아. 저기 있네. 송월식당 간판이 재밌다. 송월 첫 자 ㅅ이 비바람에 유실된 채 덩그러니. 이 집 메뉴는 뭘까? 추어탕. 피리조림. 다슬기탕. 청국장. 식당 안에 들어갔더니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주인장이 안 보인다. 주인장! 주인장! 불러도 대답이 없다. 주인장이 올 때까지 식당 안을 훔쳐보았다. 때묻은 선풍기. 벽엔 이발소 그림 (깊은 산아래 오두막집 두 채. 그 사이로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다). K 후배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주인장이 올 때까지 K 후배. 송월식당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두달 전 김수복 시인(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이 함양에 왔어요. 김수복 시인은 함양군 수동면 화산리 사람인데 코흘리개 때 대처로 나가는 바람에 글쎄 고향에 친구가 없대요. 그래도 고향은 고향. 시심(詩心)을 길러 보고자. 고향 주제로 한 시를 쓰고자 가끔 고향에 들른대요. 김수복 시인이 쓴 시 가운데 ‘추어탕을 먹는 오후’란 게 있어요. 이 시 무대가 바로 우리가 앉아 있는 함양터미널 안. 추어탕 명가 송월식당입니다. 제가 한번 읊어 볼께요. <함양 시외버스 정류장 옆 송월식당 주인 조준영 할머니가 끓인 추어탕에선 가을 초승달의 발소리가 들린다. 달이 지나가는 우물 속으로 풍덩 던지던 두레박 소리도. 가도 가도 끝없이 들리던 추억의 소리가 숨은 뒤안길도 있다. (중략) 슬며시 내오는 간고등어구이 두 토막에는 묵은 뒷간의 바람도 드나들었던 모양이다. 멸치볶음에는 고추의 저린 슬픔이 있어 더욱 슬펐지만 그 빛깔이 멍이 든 오래된 담장 같다. 할머니 그 눅눅하고 찬 사투리의 맛이 더욱 그윽한 추어탕을 먹는 초가을 오후 저녁. 저물 무렵의 시외버스 정류장 너머 갈까마귀 날아가는 저녁하늘을 바라본다> (이 시는 창작과비평에 펴낸 창비시선 355. 김수복 시집 51쪽에 실려 있다. 김수복 시인 시집으로는 ‘지리산타령’ ‘낮에 나온 반달’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가 있다) 구영복 기획감사실장 큰형수랍니다 # 김수복 시를 듣고나니. 조건반사! 갑자기 추어탕에 쐬주 한잔 먹고 잡다! K의 시 낭송이 끝날 즈음. 송월식당 조준영 할머니가 들어온다. “아따 주인이 업스면 다른 식당에 갈 것이지. 청승맞게 앉아 뭐하고 있노?” 우리는 김수복 시인이 노래한 송월식당(055-963-4234) 별미 추어탕을 시켰다. 할매요. 추어탕 레시피 좀 가르쳐 주소. 레시피가 뭐꼬? 미꾸라지 하루쯤 물 속에 푹 담갔다가 해감을 가시게 하고. 배추시래기에 산초 풋고추 여러 양념을 넣어 얼큰하고 매콤하기 이를 데 없다. 할매요 추어탕 맛 죽여줍니다! "이놈아들아. 미꾸라지탕은 성기(性器)에 유감(類感)함으로 양기에 좋은 음식잉기라" K형. 나도 김수복 시인처럼. 함양을 무대로 한 멋진 희곡 한편 쓰고 싶구려! 사족:구영복 함양군청 기획감사실장과 송월식당 조준영 할매=시동생과 형수 사이. 구본갑|프리랜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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