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봄을 일컬어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고 한다. 산에 들에 피어나는 새싹들을 보면 엄동설한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파릇파릇 새싹이 너무나 곱고 예쁘다. 봄에 나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한방에선 약재가 되고. 우리들의 가정에선 맛있는 나물이 되어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이렇듯 봄은 죽어 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살려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해마다 이 때쯤이면 부활절이라는 축제가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축하하는 절기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의 죄를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요. 슬픔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셔서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들은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겨난 신조어 중에 ‘웃프다’라는 말이 있다. 기뻐서 웃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마음속 한쪽에는 슬픔이 있다는 뜻으로 ‘웃프다’라는 말을 쓴단다. 부활절을 맞은 기독교에서는 기쁨이 충만해 있다. 교회에서는 부활의 상징인 계란을 삶아서 예쁘게 그림도 그리고 포장을 해서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기독교 연합회에서는 모든 교회들이 함께 모여 예배도 드린다. 그러나 부활절을 앞 둔 한 주간 동안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추모하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경건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요즘 우리 기독교인들은 ‘울다가 웃다가’하는 웃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대학생이 된 작은 아들을 만나러 포항에 다녀왔다. 작은 아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은 글로벌 대학으로 유명한 포항의 H대학이다. 아내와 함께 아들의 안내를 받으며 캠퍼스 이 곳 저 곳을 구경하다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서 포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죽도시장으로 나가 보았다. 마침 고난주간이라서 모든 것을 절제하고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해야 하는 절기였기 때문에 목사인 나로서는 떳떳하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어찌하랴? 모처럼 아들을 만나는 자리이니 뭐라도 좀 먹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아니겠는가? 더구나 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필자로서는 이번 기회에 비싼 회는 못 먹더라도 물 회 한 그릇으로나마 입맛을 달래보겠다는 욕심을 절제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서로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물 회 세 그릇을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치웠다. 그런데 먹는 기쁨은 잠시 뿐. 3만6천원이라는 거금을 치르고 나올 때에는 속이 너무나 쓰리고 아팠다. 7. 8천원이면 한 끼를 충분히 때울 수 있었을 텐데. 너무 과소비를 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더구나 고난 주간에 금식은 못할망정 이렇게 비싼 걸 먹었으니 목사가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런데 ‘우리 집은 이렇게 비싼 걸 먹는 것이 고난’이라는 아들의 말 한마디가 모든 걱정을 다 날려 버렸다. 모처럼만에 하늘을 보며 기쁘게 웃었다. 그럼 그렇지! 당신은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실지언정 시골 목사가 모처럼만에 멀리 나가 있는 아들을 만나서 물 회 한 그릇 얻어먹었다고 해서 우리 예수님이 쪼잔하게 역정이나 내실 그런 속 좁은 분이시겠는가? 그런 면에서 우리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부담을 안 주셔서 참 좋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죽으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않았겠는가? 가서 들여다보고 문상도 하고 그러려면 만만찮은 조의금이 들어 갈 텐데. 우리 예수님은 죽으셨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셨으니 조의금 때문에 부담을 가질 일도 전혀 없다. 농담이지만 어쨌든 이래저래 기쁘고 즐거운 봄날이다. 우리들의 삶이 날마다 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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