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권의 자유당 말기에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내무부 장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 모씨의 일화가 시중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살았던 분 중에는 그 황당한 일화를 기억하고 있는 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승만 대통령이 어느 자리에서 - 아마 진해에 있는 대통령 별장의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던 중이었다고 기억 한다 - 방귀를 크게 뀌자 곁에서 모시고 있던 이 씨가 대뜸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아첨하는 소리를 했다. 이 이야기가 온 나라 안에 널리 퍼져서 아첨을 일삼는 무리들을 나무랄 때 예화로 자주 서민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그로 말미암아 그 이 모 장관은 아첨을 잘하는 대표적인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이 씨뿐만 아니라 그 당시 나라를 다스리는 높은 자리에 앉아 권력을 행사하던 장·차관들이나 집권당인 자유당 간부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말이라면 무조건 “각하 지당한 말씀입니다”라고 하면서 머리를 조아렸으므로 그 당시 장관들을 비하해서 ‘지당장관’ 이라고 뜻 있는 국민들은 혹평을 하였다. 지당이라는 말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뜻이 아닌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막중한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이 자기들의 소견과는 아무리 달라도 무조건 옳다고 치켜세우기만 했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은 불문가지가 아니던가. 평생을 조국 광복에 몸 바쳐온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독립지사가 독재자로 낙인 찍혀 멀리 타국으로 쫓겨가야만 했던 불행한 말로에 처하게 된 것은 그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올바른 인사를 찾아서 기용하지 못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말만 골라 하는 소위 지당장관만 편애하여 중용했던 잘못이 가져온 필연의 결과라고 하겠다. 지당장관이 판을 쳤던 자유당정권이 4.19 의거로 무너지고 그 후로 공화당 정권을 비롯하여 여러 정권을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우리들은 대통령 주변에 많은 지당장관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고 오늘날에도 크거나 작거나를 불문하고 권력자가 있는 주위에는 지당장관을 닮은 공직자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뜻 있는 백성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대통령같이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그 보다 못하지만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 밑에서 그 권력의 일부를 나누어 받아 가진 사람들이 자기에게 권력을 나누어 준 상급자를 대하는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 그 권력자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을 우리들은 많이 보아 왔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일국의 통치자가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혹자는 칭송을 받고 혹자는 비난을 받는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그 권력자의 측근 중에서 지당장관이 얼마나 많이 포진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 할 수가 있다. 한 고을의 수장이라는 자리도 많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비록 그 영향력이 장·차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장의 참모들 중에 수장에게 바른 말을 하고 수장의 주장에 때로는 ‘예스’가 아닌 ‘노’라고 답할 수 있는 신념이 굳은 참모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에 따라 그 고을이 발전하느냐 정체하느냐가 좌우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근래 우리 함양에는 군수로 재직 중 연이어 두 사람이나 법을 어긴 죄로 형을 받고 물러났으며 또 한 사람은 퇴직 후 재직 중의 잘못으로 비록 무죄가 확정되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법정을 들락거려야 했다. 이들의 불행이 그 당시 수장을 보좌하고 있던 참모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행여 참모들 중에 지당장관을 닮은 참모가 있어 수장의 잘 못을 알면서도 그 잘못을 시정토록 건의하지 못한 과오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예로부터 전해오는 우리나라 관료사회의 전통은 자기가 모시던 상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상사의 잘못은 당연히 참모들이 잘못 보좌한 탓으로 여기고 그 참모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물러났었는데 우리 군에서는 두 분의 군수가 징역을 살아야 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부하들 중에 책임감을 느끼고 물러난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기나 했는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우리 함양군민은 또 한 번 수장을 뽑는 홍역을 치러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군수 임기 4년 동안 세 번씩이나 군수를 뽑는 투표를 하여야하니 이웃 고을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다. 이번만은 정말로 바른 사람을 뽑아 군청의 실과장 등 보좌하는 사람들은 그를 잘 보좌하고. 군의원이나 언론인 등 감시하는 사람들은 그의 잘잘못을 눈 똑 바로 뜨고 살펴서 다시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함양에 이런 부끄러운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또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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