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 25편   우리 주변에도 이름난 맛 집에 걸맞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의면 ‘옛날 할매 순대’는 그 이름만큼이나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 중 한곳이다. "이곳이 그렇게 오래 됐어요"라고 물으니 ‘옛날 할매 순대’의 원조 할매 이순재 할머니는 "하모 억수로 오래 됐지. 내가 댕기머리 하고 있을 때부터 시작했응께. 지금 내 나이가 내년이면 80이라. 그라모 얼마나 됐겠노"라고 말하신다. 엄청 오래됐다. 정확하게 언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얼추 60년이 넘었으니 오래됐다는 말을 붙여도 누가 뭐라 할 수 없다.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곳 ‘옛날 할매 순대’에서 순대국밥을 먹은 이들은 얼마나 될까. 휴일이나 5일장이 서는 날이면 60여석의 식당 내부는 `바글바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 옛날부터 이어진 풍경으로 손님들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린다. 10여년 전 할머니의 순대집이 대박이 난 적이 있었다. 국민 TV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에 출연한 것. TV프로그램 출연 한번으로 엄청난 효과가 일어났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위치를 묻는 전화가 쇄도해 장사를 하지 못할 지경까지 가기도 했다. 이순재 할머니가 식당을 시작한 것은 60여년 전. 안의 5일장 하면 당시는 우시장까지 있는 상당히 큰 규모의 재래시장이었다. 시장 한 켠에서 비빔밥. 국수와 함께 순대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슨 특별한 맛이기에 순대가 이렇게 손님들을 끄는 것일까. 조심스럽게 할매 순대의 원조인 이순재 할머니에게 레시피에 대해 물었다. "돼지 선지. 양파. 정구지. 파. 묵은김치. 계란 등이 들어가. 그라고 하나가 더 있는데 이건 비법이라 가르쳐 줄 수 없어. 참 마지막에는 소금으로 간을 하지" 뭐 특별한 것이 없게 느껴졌다. 여느 순대집에서 파는 것이나 매일반 같다. 그러나 이곳에서만 느껴지는 그 맛의 비밀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기자가 점심시간이 한창 지난 3시가 넘은 시간에 식당을 찾았는데도 간간이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곳 안의에서 나고 자라 현재 창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는 "인근에 볼일을 보러 왔다가 마누라가 할매순대 먹고 싶다고 해서 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읍에서 순대가 먹고 싶어 달려 왔다는 이는 "읍에도 제법 큰 순대집이 있지만 이곳에 비하면 맛이 많이 다르다. 이곳 순대가 제일 먹기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님들 중에는 `콩나물을 넣어라. 찹쌀이나 당면을 넣어라` 등 다양한 순대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순재 할머니는 "누가 뭐라해도 내가 하는 것이 제일 좋고 맛있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옛날 할매 순대`의 특별한 비법 레시피에 대해 재차 물었으나 끝내 들려주지 않았다. 전국적인 입소문만큼 특별한 비법을 배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이순재 할머니는 힘든 일이라고 말리기가 바쁘다. 지난 장날에도 젊은이 하나가 찾아와 배우고 싶다고 해 조만간 제자가 찾을 것이다. 순대 비법을 배우고 간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하루 이틀 만에 수 십년의 노하우를 모두 터득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배우고 가서 성공을 못했는지 이후에는 연락을 하는 이가 없다"라며 섭섭함을 비치기도 했다. "앵간한 사람들은 못한다. 말도 못하게 힘든 게 많다"라며 순대 만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제 나이가 많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는 이순재 할머니. 이곳에서는 절대 택배 거래를 하지 않는다. 할매 순대가 먹고 싶어 이곳을 찾아오는 이가 있다면 정성이 가득 담긴 순대를 먹을 수 있지만 택배 거래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미연에 막기 위한 것이다. 손님이 끝이 없이 몰려온다고 한다. 하루에 돼지 10마리 분의 돼지 내장을 정성껏 손질해 사용한다. 순대를 만드는 일은 좋은 돼지에서 나오는 내장부터 시작된다. 이것을 정성껏 다듬어 물에 불린 후 각종 야채와 돼지 선지 양념을 채우는 것이다. 이 모두가 수작업으로 할 수밖에 없다. 부드러운 돼지 내장이 자칫 찢어지기라도 하면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순재 할머니와 동생이 함께 순대를 만든다. 할머니는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특별히 마련된 작업실에서 특제 순대를 만들어 낸다. 작업시간 이후에는 주변에 마실을 다니며 여느 할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간다. 현재는 그의 동생. 올케. 일하시는 아주머니 등 4명이 식당을 운영한다. 건물도 최근 신축해 깨끗하다. “밥먹는 식당이 청결해야지 찾아오는 손님들도 맛나게 식사를 하고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이순재 할머니. 이순재 할머니는 인터뷰 내내 "이제 나이가 많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계속해서 입에 올렸다. 물론 그의 동생이 십여년 동안 함께 일하며 비법을 터득했겠지만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순대 먹으러 안의 `옛날 할매 순대` 집을 찾아 보는건 어떨까.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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