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나고 이제 다음 주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된다는 뜻일 것이다. 봄이 시작되면 자연과는 달리 사람만이 느끼는 춘곤증으로 인해 다들 입맛이 떨어지고 나른함을 이기기 어렵다. 그럴 때 우리의 인체에는 뭔가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이 있다면 하는 강렬한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집에서 그런 음식을 해먹으면 좋겠지만 봄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하여 밖으로 나갔다가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봄의 전령들과 마주하고 난 후 가까운 식당에라도 들어가면 갑자기 다시 겨울을 만난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특별히 봄나물이라도 상에 올리는 식당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일 년 내내 같은 메뉴에 같은 반찬만을 내놓는 식당들이 대부분이라 참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달에 나는 일본을 한 일주일쯤 여행하다가 돌아왔는데 눈도 간간이 내리는 일본의 곳곳에서 만난 봄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식당 입구에 걸려있는 기물들은 입춘에 대처하는 일본상인들의 자기 집 밥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상징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호텔의 뷔페식당 이벤트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딸기와 유채를 내세운 봄 메뉴의 광고에서 느낀 것은 지산지소운동(일본식 로컬푸드운동)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음식철학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그곳의 크고 작은 식당들에서 추구하고 있는 제철음식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마케팅 전략들에 대한 부러움의 시선과도 맞닿아 있었다. 일본인들은 우리와는 달리 후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생각하게 하는 거리의 후식상점들이나 백화점 식품관에 별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후식코너를 보면서 나는 좀 기가 질렸었는데 그 규모에 놀란 것 보다 더 큰 놀라움은 그들의 봄을 상품으로 얹은 과자 하나하나의 모양이나 맛. 혹은 포장에서였다. 육식보다는 해산물을 좋아하는 국민들이라 유난스레 탄수화물에 대한 강한 집착에서 나온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엄청나게 단 과자들인데 그 단 과자의 토핑에 생매화를 소금절임하여 얹는 세심함이 지나치게 단 과자를 먹으면서 한 번쯤 매실보다는 아주 약한 신맛과 함께 전해오는 짠맛으로 그 단맛을 상쇄시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보는 눈도 정말 즐거워져 주머니를 열고 지인들의 선물로 한 상자. 두 상자 자꾸 사고 싶은 소비자가 되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장하여 내미는 상자를 보고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는데 분홍빛이 고운 생매화 가지를 얹은 내 선물상자가 참으로 앙증맞고 예쁘기 때문이다. 우리 함양에도 매화나무가 제법 있다. 그보다 더 많은 것은 벚꽃이지만 벚꽃축제를 하는 내내 단 한 번도 벚꽃으로 모양을 내고 포장을 하고 나를 유혹하는 음식들을 만나지 못했다. 봄을 식당 입구에 상품으로 내 건 식당을 만난 적도 없다.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무한 리필되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을 너무나 가볍게 흘리고 엉뚱한 곳에서 재화가 될 만한 뭔가를 찾고 있다면 이 봄에 눈만 돌리면 어디나 있는 봄과 봄의 전령들을 눈여겨 볼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봄도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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